호남미술관소장 도자기명품전⑩|청화백자시문또아리형편와<18∼19세기초·높이 25.6·입지름 4.8·너비 24c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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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선시대 광주 분원요 (초기) 에서 나온 갑번백자의 아름다운 색택과 준수하고 단아한 모습을 갖춘 가작이다.
이 병은 조선초로부터 술병으로 취선이 애용하던 편병으로 분원기에 와서 이와 같이 보기 드문 현대적인 조형을 이룩한 것이다.
풍만한 조선초기 형태에서 이와 같이 기능적으로 간편하고 조형적으로도 의장의 묘를 살린 빼어난 자태를 창출해낸 선배 장인들의 안목에 숙연해질 따름이다.
더우기 몸체 가운데 대담하게 관통하는 구멍을 내고 그 대담함을 부드럽게 순화하는 청화로 쓴 또박또박한 시구는 너무나도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 술병을 앞에 놓고 시원하게 열린 공간을 통하여 명쾌한 선인들의 마음의 자세와 사차원의 세계로까지 향해 가는 무한한 재창조의 혜안을 읽을 수 있다.
이 기물은 물레에서는 눕혀진 상태로 가운데를 비워놓고 두 기벽을 쓸어 올려 합쳐서 속이 빈 또아리를 만들고, 형태를 다듬은 뒤 세워놓고 별도로 주둥이·굽·고리등을 붙인 고도의 기술이 담긴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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