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금맥을 캔다<10>|마라톤 유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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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 아시안게임 최고의 영광은 누가 차지할 것인가.
아마도 최종일 폐회식 직전에 벌이지는 남자마라톤우승자가 영예의 월계관을 쓰게 될 것이다. 마라톤은 한 국민의 역사와 더불어 살아 숨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손기정-서윤복-이창훈으로 이어져온 한국마라톤의 영화, 그 화려한 전통이 끊어진지 30여 년이 지난 이제 체육계는 새로운 마라톤왕자의 출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서울 홈 코스에서만큼은 우승을 일본이나 그 밖의 나라에 뺏길 수 없다는 것이 육상인의 한결 같은 다짐이다.
기록으론 한국선수들이 크게 뒤져있다 해도 레이스운영과 정신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4년 전 뉴델리대회서 김양곤이 이를 실증하듯 당당히 우승한 바 있다. 따라서 누가 한국에 마라톤 2연패의 기쁨을 안겨줄지 관심이 크다.
그 유력한 후보가 유재성(26·한체대)이다.
『우선 3월에 있을 대표선수 최종선발전 때 2시간13분대까지 뛸 각오입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12분대 진입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지난달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강화훈련에 참가하고있는 유재성은 현재의 페이스대로 간다면 13분대진입은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번 동계훈련으로 페이스감각을 완전히 몸에 익혔다는 유는 4백m 트랙을 1백 회 도는 4만m에서 1회 주파 82초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록경신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부담감이 생겨 오히려 기록이 부진할 때가 여러 번 있었어요. 연습 때는 13분, 14분대까지 거뜬히 뛰는데 말입니다.』
따라서 부담감 없이 페이스를 지켜나가면 원가 될 것 같다며 기대에 부풀어있다. 유를 그간 지도해온 윤탁영(한체대교수)코치는 『뛸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체력소모가 심했으나 요즈음 이를 완전히 교정해 자연스러운 주법을 몸에 익혔다』고 지적하고 유의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13분대는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승부근성과 한번 결심하면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굳은 의지력이 신뢰감을 더해준다.
경남사천 용남중 3년 때 3천m로 육상에 임문, 용남고를 거쳐 동양나일론에 소속돼있다 한체대에 입학했다.
1m76cm·63kg의 체격.
스피드시대에 접어든 마라톤의 거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겨울철 체력강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결국 마라톤은 지구력싸움. 따라서 앞으로 두 달 동안의 훈련이 한국마라톤의 사활을 좌우하는 셈이다. <끝><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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