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시간을 늘려라|성악응<이화여대 의대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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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라면 저녁식사의 조리시간을 늘려라. 특히 자녀의 균형 있는 성장과 좋은 학업성적, 정서안정을 바란다면 저녁식사 조리시간을 30분 이상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권고는 최근 선진국들의 각종 영양관계 통계조사결과 내려진 것이다.
예컨대 지난80년에 일본에서 실시한 국민영양실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주부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소비하는 조리시간이 가족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주부의 저녁식사 조리시간이 짧은 가족 군에서는 칼슘·비타민A·비타민B2 등 영양소의 결핍증이 자주 나타났고 특히 조리시간 l5분 미만인 경우에 더욱 심한 결핍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인스턴트 식품의 사용빈도가 높은 주부나 조리에 관심이 없는 주부의 가정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하다.
말하자면 저녁준비시간이 15분 이내 였다는 것은 주부가 캔 류 등의 기성식품 위주로 메뉴를 차렸다는 것이고 그만큼 성의가 없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평균이상의 영양균형을 유지하려면 저녁식사 조리시간으로 45분 정도는 잡아야한다고 이 조사는 분석하고있다.
왜냐하면 저녁 조리시간이 45분 이상인 가족 군은 가족 모두가 양호한 영양상태를 보였고, 특히 어린이는 영양부족 증상이 없었고 정상발육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주부의 조리시간이 60분 이상인 가정과 30분 미만인 가정의 어린이들을 비교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30분 미만 가정의 어린이들이 편식과 정서적 불안, 체력저하 등의 현상을 보인데 반해 1시간이상소요 가정어린이들은 체력이 좋고 활동적이었으며 신장이나 체중도 우월했고 정서적 안정은 물론 학업성적도 대부분 월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활동증가와 맞벌이부부가 늘어나면서 저녁 조리시간을 충분히 잡을 수 없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따라서 저녁 조리시간을 무한정 늘리라고 권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가장 이상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조리시간은 최소한 30분 이상으로 잡되 가공식품을 메뉴에 넣더라도 주가 아닌 보충식품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부의 정성과 관심이다.
그것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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