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고교생이 많아졌다|왜, 무얼하며 수입은 얼마나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제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고교생들간에는 방학기간을 이용,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고교생의 아르바이트는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이 학비조달을 위해 해왔던 것이 대부분. 그러나 최근에는 학비 걱정이 없는 중산층 학생들까지도 방학기간동안 아르바이트하기에 열을 올리고있다.
이들이 하고있는 아르바이트는 고전적(?)인 신문배달에서부터 음식점 종업원·찹쌀떡 장사·엿 장사·군고구마 장사·수세미 장사·방향제 외판원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데 거의 대부분 3명 정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교생들은 대부분 『내 힘으로 용돈을 벌고 싶다』는 게 주된 이유. 이 들의 한달 수입은 5만원 안팎으로 대단치는 않지만 『내가 땀 흘려 번 돈이란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방학기간동안 석간신문을 배달하고 있다는 김준태군(17·Y고교1년)은 『용돈을 벌고 싶어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힘 들여 돈 벌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찬성하셨다』면서 『신문을 옆에 끼고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는 것이 전혀 창피하지 않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친구 2명과 함께 돈암동에서 엿 장사를 해봤다는 박미정양(18·H여고2년)은 『사회도 알 겸, 용돈도 벌 겸해서 시작했었다』면서 『엿판을 들고 가게마다 찾아가 팔아달라고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 일로 인해 담력도 커지고 자신감도 얻게됐다』고 흐뭇해했다.
어머니 친구가 경영하는 한과점에서 일하고 있는 최광희양(17·J여고1년)은 『남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어머니께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자리를 마련해주셨다』면서 『시간당 5백원씩 하루에 8시간정도 일하는데 지금까지 10만원을 저축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들 아르바이트 학생들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인 편.
대입논술고사가 끝난 후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며 수세미·복조리 등을 방문판매하고 있다는 이기철군(19·K고교3년)은 『시중에서 1백원 하는 수세미지만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부탁하면 2백원 하는 데도 팔아주는 집이 많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학생 종업원을 두고있는 문지영씨(궁과경영)는 『바쁜 시간만 아르바이트 학생을 쓰기 때문에 인건비도 절약되고 학생들이 착하고 친절해서 손님들도 좋아해 일석이조』라고 흐뭇해했다.
김태련교수(이화여대·교육학)는 『우리 나라 부모들이 과보호하는 경향이 커 자녀들이 돈에 대한 귀중함이나 가치를 모르고 자라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하고 『번 돈을 바르게만 쓴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기 나름대로 노동·활동 등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환영할만하다』고 평가했다.
김용자교수 (숙명여대·소비자경제학)는 『학생신분을 내세워 강매하거나 폭리를 하는 것만을 경계한다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학생들이 사회경험을 익혀나갈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제공해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할일』이라고 강조했다. <홍은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