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창당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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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은 18일로 창당 첫돌을 맞았다.
신민당이 그 동안 우리 시대의 모든 문제를 의정 단상에 올려놓는데 선전한 공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2·12총선에서 창단된 지 불과 20여일에 지나지 않는 신민당이 제일 야당으로 부상하리라고는 사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것은 민한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불신의 표현이었으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야당다운 야당, 수권 대체 세력의 등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의 결과였다.
신민당 대승의 원인이야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막후 두 김씨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총선 직후의 이런저런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정국 운영의 이니셔티브는 오히려 신민당이 쥐고 있지 않다는 느낌도 든다.
게다가 신민당은 종래의 제도 정치의 틀을 깨는데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 동안 터부시되어 온 문제들을 빠짐없이 거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 실망감 대신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신민당이 총선 때 나타난 국민 여망을 정치에 반영시키는데 효과적으로 대처해 왔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도 정치의 틀을 깨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정책 개발과 대안 제시로 수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 부각이었다.
그러나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눈앞의 「정치」 자체에만 골몰한다는 인상은 주었을지언정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의 창조적이며 수권 태세를 갖춘 정당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부각시키는데는 소홀했던 인상이다.
특히 민주화의 달성만이 지상 과제이며 분열과 구분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하던 두 김씨 관계만 해도 대권을 겨냥한 내부적 경쟁으로 감투 나눠 먹기 등 사소한 이해 다툼만을 벌이는 것으로 비치기까지 했다.
신민당으로서 가장 중요한 대여 투쟁 문제 역시 한쪽이 강경하면 한쪽이 온건론을 내세우는 등 「구태」의 재연으로 힘을 모았다기보다 오히려 분산시켜 효과적인 투쟁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마저 듣고 있다.
이런 혼선과 갈등이 당을 원만하게 이끌어 가는데 장애가 되고 정부·여당에 허점으로 이용되고 있는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야당다운 야당의 출현을 바라는 국민 여망과 동떨어지는 것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민주화」 「개헌」 이 신민당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임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그런 과제의 달성이 절실하면 할수록 사려 깊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헌법 논의를 89년 이후로 미루자는 전 대통령의 제의에 대해 이민우 총재는 민주화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신민당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년 봄까지 민주화 일정을 밝히라고 한 신민당의 기본 노선에 비추어 그러한 주장이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정치에는 상대방이 있는 이상 일방적인 논리를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강경은 강경을 촉발시켜 결과적으로 정국을 파탄으로 몰고 갈 요인만 가중시키기 쉽다.
시국이 어지러울수록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는 도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정치의 요체일 것이다. 정부·여당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야당의 유연성 있는 대응을 당부하는 소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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