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 비문|일, 「경자년」내용도 변조|정문연 이형구교수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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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형구교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가 최근 박노희씨(서체연구가)와 공저로『광개토대왕능비 신연구』를 펴냈다 (동화출판공사간).
이교수는 이책에서 그가 81년 이후 주장해온 「왜」 자 변조설, 즉 비문의 신묘년 기사중「왜」자는 일제군부와 관학자들에 의해 「후」 자가 변조된 것이라는 종래의 학설을 다시 확인하는 한편 비문 제2면9행의 경자년(영악10년·400년) 기사에서도 이 같은 변조사실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일제 관학자들의「왜」 자 변조는 신묘년 기사에만 그치지 않고 경자년 기사에도 그들의 손길이 미쳤음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즉 1880년께 일본육군참모본부 「주순경신」(사까와·가게아끼) 중위의 쌍구가묵본(비면에 종이를 대고 글자의 형태를 베낀 후에 글자의 주변을 먹칠해 글자의 윤곽을 하얗게 드러나게 한 일종의 가척본) 엔 「신라성□성왜만…왜궤성대□…」 (신라성과 이성에 왜가 가득차고 이들 왜가 성을 무너뜨렸다)로 판독된 것이 그 1백년후인 1981년 중공학자 왕건군이 펴낸 『호태왕비연구』중의 주설성 탁본 (1981년)엔 「신라성□성왜구대지성내□□…」 (신라성□성에…하고 왜구가 크게 궤멸되었다. 그리고 성내…)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마치 신라가 왜의 지배하에 있게 된 것처럼 보이는 주구중위의 「왜만왜지」 가 최근 「왜구대지」로 드러난 것은 바로 석회를 발라 비문을 새긴 고의적인 변조로밖에는 볼 수 없다고 단정했다. 이교수는 『당시 동북아를 석권한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념비에 한낱 해안을 노략질하는 왜구의 활동을 칭송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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