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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최경환·윤상현 공천 개입 불법성 규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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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난 총선 때 지역구를 옮기라고 특정 예비후보를 협박·회유하는 목소리가 녹음으로 공개됐다. 최 의원은 “동료 정치인으로서 강제성 없는 권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뜻’을 내세운 데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도전한 김성회 전 의원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뒤에 대통령이 있다. 까불면 안 된다. 내가 별의별 것 다 갖고 있다”고 협박성 언급을 했다. 지역구를 옮기는 게 대통령의 뜻인지 묻는 김 전 의원에게 최경환 의원은 “그럼, 그럼”이라며 “옆에 보내려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선 “총선 기간 저는 최고위원은커녕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공천 개입을 부인했다.

물론 공식·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이 아닌 데다 전체 맥락이 드러나지 않은 일방적 녹취란 걸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유인하거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약속하는 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새누리당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넘어 사법 당국이 나서 불법 여부를 규명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최·윤 두 의원이 “대통령 뜻”이라고 앞세운 것과 관련, 과연 자신의 뜻이었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 백서를 공개했다. 4·13 총선이 끝난 지 3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291쪽에 달하는 백서 어디에도 참패의 명확한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없어 친박 눈치를 본 ‘맹탕 백서’란 평가를 받았다. 친박의 오만에서 비롯된 막장 공천극과 진박 마케팅, 윤상현 막말이 선거 패인이란 건 친박세력만이 외면하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뜻과 관계없이 최·윤 두 의원이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한 일이었다면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두 의원을 엄정하게 조치해야 결백이 입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