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위선을 안고 대양은 폭행당하고 자카르타는 잿빛하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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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건설은 시작되었다.
육지와 바다에는 건설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증언하노니
자카르타에는
지평선을 맞대고 잿빛 하늘이 얕게 드리워 있고
달은 창백한 모습으로 떠 있다.
벼슬아치 마누라의 정성스런 화장기가 지워진 얼룩처럼.
강은 위선을 안고
대양은 강간당하고
택시 기사의 입에서는 저주와 욕설이 새어나오고
탄식만이 근로자와 날품팔이 인부들의 수건이 되었다.
증언 하노니
코끼리들은 위선의 잉크로 법을 기재하였으며
호기롭게 그리고 마술에 걸린 듯 두 발을 벌리고 서 있다.
바다로 들어 간 마스토돈들은 모든 물고기를 집어 삼키고
시멘트와 합판을 게걸스럽게 입에 넣고
전신주와 수입 영화를 구역구역 넘기고
원유와 정향, 코피와 마늘을 걸신들린 듯 먹어치울 것이다.
그리고도 마스토돈은 부풀어 올라있다.
늘상 허기지고
늘상 외협을 느끼고
한 마스토돈이
다른 마스토돈에게 두 눈을 부라린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심을 품는다.
마스토돈들은 후에 도시를 공격하고
그들은 쌀과 옥수수 모두를 먹어 치우고
그들은 어린아이들을 한 입에 삼키고
그들은 건물과 교량에도 혀를 널름거릴 것이다.
상점들, 시장, 학교 사원들, 예배당
이 모두가 파괴될 것이며
마스토돈들은 계속되는 기아를 못 참고
언제나 의심하고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감시한다.
증언하노니
이 나라에 종말이 온다면
그것은 거지떼의 봉기나 천재지변의 발생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마스토돈 끼리의 치열한 암투 때문이다.

<초역:정형림 한국외국어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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