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위한「수범택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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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택시회사의 수준을 끌어 올린다는 목적으로 올해부터 실시중인「수범택시」제가 대상업체 선정에 앞서 잡음이 일고 있다는 소식은 새삼스럽게 놀랄 일이 아니다. 택시 1대에 1천여만원이라는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증차혜택이 바로「이권부여」와 직결되는 실정에서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정이 아무리 공평하게 운영된다 해도 행정이 증차혜택 부여권한을 쥐고있는 한 잡음은 일게 마련인 것이다.
더구나 수범택시제는 택시 한두대 증차도 아니고 모범적으로 운영한다는 공인을 받기만 하면 보유탯수의 1백%를 증차 받을수 있어 이의 선정을 둘러싸고 말썽의 소지가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예견했던 사실이다.
수범회사의 선정기준도 외형을 보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상태를 앙케트로 뽑아보거나 종업원을 대상으로 반응을 조사하는 방식이 상당부분을 차지해 객관적인 평가냐 하는데는 논란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시·도의 1차 심사를 앞두고 택시회사측이 종업원들의 자녀장학금제도를 확대시키는등 느닷없이 선심공세를 취하는등 별의별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한다.
택시회사로서는 증차에 사활을 걸고 죽기 아니면 살기판으로 경쟁을 벌이는 판국이니 당연한 몸부림일 수밖에 없다.
증차혜택을 받으면 단번에 일확천금의 횡재를 하게되어 있어 심사를 둘러싸고 부조리가 끼여들 소지도 많거니와 온갖 연줄이 동원되고 관계공무원들이 본의 아닌 의혹을 받을 수도 없지 않다.
교통부가 86·88두 행사를 앞두고 택시업계의 수준을 울리려고 고심한 끝에「증차」를 미끼로 한 수범택시제를 실시하게된 고층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개선이나 종업원들의 처우개선은 택시회사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해야할 의무인데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는 행위에 대해 엄청난 이권이 수반되는 대가를 준다는 것도 온당하다 할 수 없다.
오히려 올바른 행정지도와 사후감독을 통해 운영을 합리화시키고 노·사관계를 정상으로 끌어올리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게 행정이 취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평가여하에 따라서는 특혜도, 될수 있고 특혜남용이라는 오해도 살수 있는 수범택시제는 착상부터가 잘못이었고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행정기관이 이권이 되는 열쇠를 쥐고있는 것부터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택시에 프리미엄이 불어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면 택시증차도 아파트 추첨처럼 운영하는 것이 차라리 나올는지 모른다.
1년에 1만대씩 택시를 증차한다고 해도 프리미엄만한 액수를 채권으로 흡수하면 1천억원이 된다.
이를 교통기금으로 해 도로나 교통시설확장, 운수업체 지원 등에 활용한다면 산적한 공로행정 해결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교통기금의 용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고 운영여하에 따라서는 복부인 손에 들어가면 아파트투기 이익으로 공공주택을 짓는 것처럼 성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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