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윤위원회」영화계 「영화심의 강화」싸고 팽팽한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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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심의강화」발표를 둘러싸고 공윤과 영화계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영화계는 지난 23일 신임 이영희공윤위원장의「강도높은」기자회견내용에 대해 크게 반발, 이위원장의 불신임과 이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윤의 심의를 거부할 것을 결의, 영화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위원장은『법에 명시된대로 엄격히 심의하겠다는 건데 여기에 반발하는 것은이해할 수 없다』며 한치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3일 이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공연물 심의강화 및 계도의 방향」내용에서 비롯됐다.
이위원장은 이 발표를 통해 『최근 2∼3년간에 걸쳐 자유개방 무드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공연물 종사자들이 사회기강을 해이케 하고 특히 청소년들의 위해환경을 조성할 이질적·퇴폐적 각종 공연물을 제작해 온 일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특히 국산영화는 주제의식이 결여된 에로 영화가 주류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이위원장은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위해를 끼칠 퇴폐·폭력요소와 일체의 반사회적·반국가적 요소는 과감히 정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23일의 공식발표에 앞서 각 일간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심의강화의지」를 밝혔었다.
이같은 이위원장의 심의강화 방침이 보도되자 영화계는 여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모든 영화인을 매도하려 든다』는 분개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정진우)는 지난 21일하오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위원장의 발언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1천5백여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결의문 서명날인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영화인협회는 결의문에서 『이위원장이 한국영화계가 마치 섹스·폭력영화, 나아가 반국가·반사회적 영화나 만드는 저질 예술집단인 양 매도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이위원장을 전면적으로 불신임하고 ▲이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윤의 심의를 거부하며 ▲자체 심의기구인「영화윤리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위원장은『공윤이 엄연한 법정기구인이상 그들이 심의를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못박고 『퇴폐·폭력과 반사회·반국가적인 내용은 법에 규제가 명시되어 있는데 이에 반발하는 것은 법을 어기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영화인들은 『가뜩이나 미국의 영화시장 개방압력과 소재제한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의 불꽃은 24일 정부당국자와 영화사대표들의 송년간담회에까지 번져나갔다.
한국영화의 앞날에 대한 정부와 영화계의 솔직한 대화의 자리로 마련된 이 자리가 다시 이위원장의 발언내용에 대한 공박장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
영화사 대표들은 마침 동석한 이위원장을 향해 입을 모아 『영화계가 반사회·반국가적 영화를 만든 일이 없다』,『영화를 보는 시각이 잘못됐으며 애정도 없다』는 등 매우 톤이 높은 발언으로 공격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위원장이 『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심의를 엄걱히 해 나가겠다』는 당초의 뜻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영화계는 이위원장의 발언내용을 계속 문제삼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어떻게 풀릴 지 주목되고 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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