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조사당벽화 모사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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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유일의 고려 벽화인 영주 부석사 조사당벽화(국보제46호)가 적외선 촬영기법으로 원래의 자리였던 조사당벽에 모사, 재현됐다.
문공부 문화재보존 과학실이 축적해온 문화재보존 과학기술을 활용, 6개월 동안의 작업 끝에 22일 재현을 성공시킨 부석사 조사당벽화 모사재현의 주인공은 불교미술가 손연칠씨(37·동국대강사).
국내기술에 의한 부석사 조사당벽화의 모사재현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사작업은 우선 현재 조사당벽에서 떼어내 무량수전 보호각의 유리상자 속에 보존되고 있는 벽화를 드러내 먼지를 제거하는 세척으로부터 시작했다.
다음은 흙벽의 탈락방지를 위한 경화처리를 한 후 설계도면 등에 사용하는 트레팔지를 대고 모사, 1차본을 떠냈다. 트레팔지 모사도를 다시 순지에 재모사해 2차본을 뜬 후 원벽화와 똑같게 채색을 했다.
순지모사와 채색과정에서는 탈락, 퇴색 등으로 없어졌거나 육안판별이 힘든 부분을 적외선으로 촬영, 보완했다.
이같은 모사작업을 완전 끝낸 벽화는 6백년 전에 지은 당시의 조사당 흙벽을 헐어내고 흙·규사·수 등을 배합한 본래의 재질을 재현, 새로운 흙벽을 만들었다.
새로 만든 조사당 흙벽에 먹지를 대고 트레팔지본의 모사도를 복사, 벽화를 재현한 후 채색 모사본을 따라 색을 칠함으로써 모사재현의 작업을 모두 끝냈다.
채색물감은 돌가루로 만든 천연 안료를 사용했다.
13세기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돼온 부석사 조사당벽화는 가로2m22㎝, 세로83㎝ 크기의 6폭 채색불화다.
그림의 내용은 제석부·범천 각 1폭씩과 사천왕 4폭 등의 호법신장들.
제석천과 범천은 날씬하고 우아한 귀부인의 모습이며 사천왕들은 악귀를 밟고 서서 무섭게 노려보는 건강한 무사상 들이다.
부석사 조사당벽화는 고려불화 중에서도 위풍당당하고 우아한 형태와 능숙한 필치 등으로 독특한 품격을 보여주는 걸작.
그러나 이 벽화는 1916년 일제가 조사당 건물을 해체, 보수할 때 벽에서 분리돼 무량수전으로 옮겨졌다.
그 이후 퇴색과 탈락현상이 일어나 영구보존의 문제가 거듭 제기돼왔다.
손씨는 지난 6월부터 수도 정진하는 마음으로 조사당벽화를 재현했다.
동국대 미술과를 졸업한 후 단청 인간문화재 이만봉·원덕문스님에게서 단청을 익힌 그는 81년 불교조계종 불미전의 대상(종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순한 모사에 그치지 않고 당시의 문화적 배경과 정신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회화적 역량과 정신적 깊이를 따르기가 힘들더군요.』
어쨌든 옛벽화를 원화대로 재현, 제자리에 부착시킨 것은 문화재 보존에 하나의 새로운 기원을 이룬 최초의 개가다.
동국대 박물관은 이번 부석사 벽화의 모사재현에 다시 한 벌을 별도로 제작의뢰해 보관키로 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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