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이 임명한 ‘수렵 보좌관’ 고양이, 계속 관저 남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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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여파로 사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일가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떠나며 ‘수렵 보좌관(Chief Mouser)’인 수컷 고양이 래리(9·사진)가 새 주인인 테리사 메이 신임 총리와 생활하게 됐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래리는 캐머런 전 총리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관저에 남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쥐 안잡고 빈둥거려 구설도

래리가 총리 관저에 들어온 것은 2011년. 당시 관저 인근에서 큰 쥐가 목격되자 총리실은 인근 동물보호소에서 쥐 장난감에 가장 격렬한 공격성을 드러낸 래리를 관저로 데려와 수렵 보좌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래리는 관저에 들어온 뒤 쥐는 잡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빈둥거려 구설에 올랐다. “래리가 쥐를 보고도 구경만 하는 모습에 캐머런 총리가 진노했다”는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쥐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잘 취해 총리 관저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선 래리가 관저에 남는 이유는 캐머런 전 총리가 사실상 반려동물인 래리를 버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캐머런 전 총리가 래리를 두고 가는 것은 그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캐머런 전 총리는 래리를 (그(He)가 아닌)그것(It)이라고 칭했다” 고 보도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캐머런 전 총리는 13일 대정부 질의 시간에 “나는 래리를 좋아한다. 증거도 있다”며 래리를 무릎에 앉힌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캐머런은 그러나 “관저 직원들도 래리를 좋아해서 데려가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리 관저의 새 주인이 되는 메이 총리는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래리 근처로 가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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