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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대 세울 공간 남아도는데…서울 날마다 주차전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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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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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골목. 건물 옆에 마련된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은 비워져 있고, 여러 대의 차들이 줄지어 상가를 가로막은 채 도로 위에 불법으로 주차돼 있다. [사진 유성운 기자]

5일 오전 8시 최영필(30·용산구 청파동)씨는 매일 아침 전날 불법 주차시킨 차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아침마다 차량의 견인 여부 때문에 전전긍긍하게 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차 298만대에 주차장은 376만대
시간대별 자동차 몰리는 곳 달라
낮엔 도심, 밤에는 주택가 몸살
송파구, 스마트폰 활용 빈 곳 찾아줘
관공서·대형마트 등 야간 개방 필요

이사 당시 건물주는 주차 공간이 넉넉하다고 했지만 이사해 보니 턱없이 부족했다. 퇴근 때마다 다른 입주자들과 주차 경쟁을 벌였다. 최씨의 항의에 건물주는 “최근에 차를 구입한 입주자들이 많아져서 그렇다”며 “‘거주자 우선주차’를 신청하라”고 했다. 최씨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문의했지만 “‘거주자 우선주차’ 대기자가 많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주차위반 과태료만 50만원이 넘는다”는 최씨는 “아파트에 들어갈 돈이 없으면 차를 갖는 것도 사치”라고 말했다.

‘주차난’은 서울시가 지난 2월 ‘해결이 시급한 분야’를 주제로 온라인 여론조사와 엠보팅(mVoting·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모바일 시민투표)을 벌인 결과 ‘청년주거’ ‘노인빈곤’과 함께 ‘해결이 시급한 3대 과제’로 뽑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본지와 함께 5월 18일부터 카카오 스토리펀딩(storyfunding.daum.net)에서 ‘서울, 메이드 인 유(Made in U)’라는 프로젝트를 벌여 대안을 모색했다. 주차난 개선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연재하고 주차난 개선을 위한 ‘시민 대안’ 아이디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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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후보를 추려 투표(721명 참여)를 벌인 결과 ‘학교·대형마트 등을 공용주차장으로 전환(45%)’이 ‘시민 대안’으로 선정됐다. 그 다음으로는 ‘아파트 주차장 개방’(19%),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 시간대별 활용(18%) 순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이번에 선정된 ‘시민 대안’은 서울시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검토를 통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월 19일 자신이 진행하는 페이스북 생방송에서 “(‘서울, 메이드 인 유’에서 선정된) ‘시민 대안’을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시민 대안’에 아이디어를 낸 시민들은 대형마트나 학교에 무턱대고 주차장 개방을 요구하기보다는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상생을 추구하자는 의견을 냈다. ‘대형마트 주차장 개방’을 제안했던 김종갑씨는 “(주차장을 개방하는 대형마트에) 교통혼잡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자”고 적었다.

시민들도 이같은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세대주택에 거주해 주차난을 겪는 정영미(35·동대문구 회기동)씨는 “인근 학교가 주차장을 저렴한 가격에 개방해주고, 사용료를 모아 학생들의 장학금 등으로 환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필씨도 “거주지 인근에 대형마트가 있는데, 만약 야간시간대에 주차장이 개방된다면 주차로 인한 곤란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서울은 수치적으로만 따지면 주차공간이 넉넉한 도시다. 서울의 등록차량은 298만여대다. 그리고 약 376만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다. 서울에 있는 차를 모두 주차시키고도 공간이 남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관공서나 대형마트처럼 야간 시간대에는 이용하기 어렵거나 개방되지 않는 주차시설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최씨처럼 주차에 애를 먹는 시민들이 많다. 실제로 서울의 주차위반 횟수는 301만5286건(2014년)에 달한다. 차 한 대당 연간 1.1건의 주차위반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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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여건의 지역별 차이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송파구처럼 아파트 대단지가 많거나 개발된 지 얼마 안 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반면 영등포구나 마포구처럼 노후 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많은 지역은 다른 곳보다 주차 환경이 나쁘다”고 말했다.

각 자치구는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용산구는 최근 ‘거주자 우선주차’의 공유협약 제도를 도입해 주민 간에 이용시간, 분담금액 등 세부사항을 자율적 합의로 정하도록 했다. 송파구도 빈 주차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주차장 공유기업 ‘모두의 주차장’과 손잡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 사진=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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