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회사 기술 익혀 창업…뒤통수 맞는 업체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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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기업, 특히 한국서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직원의 정보 접근 제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낭패를 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토런스의 한국산업개발센터(KBDC)에서 열린 지식재산권세미나에서 공개됐으며, 코트라 담당자 앞으로도 심심찮게 관련 문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트라 LA의 지재권 분야를 담당(IP-DESK)하는 김윤정 변호사는 "한인 기업이나 한국에서 온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직원 정보 접근 제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규모가 작다 보니, 하급 직원까지 사내 고급 비밀에 접근이 용이하고, 이런 정보를 습득한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해당업체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에서는 실제 사례가 소개됐다. 작은 장식용 유리상자에 다양한 식물을 키우는 특수한 기술을 가진 한 중소기업은 직원이 해당 기술을 익힌 후, 근처에 똑같은 사업체를 차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 케이스에 대해 김 변호사는 "해당 기업은 퇴사 직원의 이러한 행태에 곤란을 겪은 후 고용계약서에 '유사사업 금지조항'을 삽입하거나 '이직 후 창업을 하려면 몇 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 하라'는 내용을 넣을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직원 고용계약서에 논-컴피티션 조항을 넣더라도 인정이 되지 않는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치과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사무와 판매 업무를 주로 하는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 회사 제품의 치료기 데이터를 PC로 옮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직원은 업무 시간 외에 해당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얼마 후 경쟁사로 이적해 문제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업무로 성과를 냈다.

업체 입장에서는 직원이 재직 중에 개발한 프로그램이라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었지만, 해당 직원이 연구개발을 위해 고용된 직원이 아닌데다, 업무 시간 외의 발명품이었고, 무엇보다 고용계약서에 재직 중 업무 관련 발명품의 양도조항(Proprietary Information and Inventions Assignment)이 없어 소송을 포기했다.

김 변호사는 "식물 재배업체나 치과 관련 제품 생산업체 케이스, 모두 직원 관리 및 고용계약서 작성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첫 번째 케이스의 경우, 기업의 모든 영업 노하우를 영업 비밀은 아니지만,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노력과 방법적, 제도적 조치가 기업 내에서 취해진다면 해당 기술에 대하여 영업비밀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업체의 경우, 재직 중 직원의 발명품과 관련해서는 고용계약서에 재직 중 업무와 관련된 직원의 발명품은 회사로 바로 양도된다는 조항을 구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언했다.

영업이 중요한 업체의 경우, 직원이 고객 데이터를 모두 빼내서 나간 후 경쟁업체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한 카드 프로세싱 업체의 경우, 직원이 자신의 고객은 물론 회사 고객 자료를 모두 빼내 나간 후 회사를 차렸다. 이 업체 대표는 "소송을 해도 손해배상을 받거나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변호사의 말을 듣고 소송을 포기했다"며 "이후에는 직원들이 다른 직원 고객 자료를 보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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