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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곳

중앙일보

입력

만 네 살, 두 살의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학생 시절 일본으로 유학 와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14년째 신주쿠에서 살고 있다. 결혼 후 3년 동안 아기가 없다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첫째가 생겨 4년 전 출산했다. 큰아이가 10개월 정도 됐을 무렵 다시 일하려고 주변 엄마들에게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를 묻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일본의 보육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
  일본은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부모에게 각각 20점의 점수를 주고 근무시간이 적거나 보육을 부탁할 조부모가 근처에 살면 1점씩 깎는 식으로 가정마다 점수를 매긴다. 높은 점수 대로 어린이집에 입소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맞벌이가 보편적인 데다 전체 보육원 수가 적어 경쟁률이 치열하다. 당시 나는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이집 입소 후부터 일하겠다’는 예정 서류를 냈고, 다행히 입소할 수 있었다. 집에서 자전거로 약 15분쯤 떨어져 있는 곳이라 비 오는 날이면 꽤 고생을 했지만 그렇게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어 기뻤다. 아이가 한 살 되던 무렵, 둘째가 생겼다. 둘째가 5월생이고 이듬해 4월부터 다시 복직할 계획이라 12월께 신청서를 냈다. 구청 보육과에 신청서를 내면 담당 직원과 면담을 하게 된다. 직원은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나 아이를 맡겨야 하는지 확인한다. 나는 파트타임 근무자라서 종일 근무자보다는 점수가 낮았고, 입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둘째도 아슬아슬하게 10지망 어린이집에 붙었다. 지망과 관계없이 두 아이를 모두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니 이곳 엄마들은 굉장히 부러워한다. 일본은 맞벌이 부부가 아닌 이상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전업주부들은 거의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은 ‘가정 보육이 어려운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7월부터 만 0~2세를 대상으로 맞춤형 보육을 시행한다고 한다. 일본의 보육시설을 경험한 나는 그동안 한국의 보육제도가 조금 비상식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들이 무상보육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을 기피한다고 하니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이런 부분은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부러운 것은 전업주부라도 기존처럼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6시간에 월 15시간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맞춤형 보육에 대해 일본인 엄마들이 듣는다면 “나도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백지혜(37·일본 신주쿠구)

맞춤형 보육-엄마 독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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