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 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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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행사 간소화지침을 확정, 시달했다.
노신영국무총리는 『행사간소화지시는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으나 시행되지 않았다』고 지적, 『이번만은 꼭 이 지침대로 실천되도록 하라』 고 강조했다.
과거 각종행사에 문제가 오죽이나 많았으면 정부가 손을 써야할 당면 난제가 산적한데도 이런문제의 개선책을 국무회의에서까지 거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딱하기조차 하다. 그만큼 폐단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예컨대 새마을 대회만도 공장새마을금고대회·직장새마을금고대회가 있고 지역별로 공장·직장새마을대회가 따로있으며 여기에 이를 종합한 새마을전국대회가 있다.
같은 취지의 대회가 이렇게 겹치다보면 행사 본래의 목적과 정신을 구현하는데보다는 행사자체를 위한 행사의 개최라는 폐단이 생기게마련이다.
특히 수평적 사회의식보다는 수직적 권위의식이 강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위를 의식하는 번드르르한 겉치레행사로 흘러 웬만한 정부주관의 행사라면 수천명, 심지어 1만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하기 일쑤다.
어디 그 뿐인가. 행사를 알리는 애드벌룬·포스터·입간판·현수막이 행사지연을 요란하게 한다. 한복을 입은 여고생이 동원되는가하면 수많은화환과 장식용 화분이 행사장을 메우며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줄 각종 선물이 마련된다.
그러다 보니까 그 행사를위해 책정된 정부예산 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되어 민간에게 성의라는 이름으로 성금과 성품의 제공을 강요치 않을수 없게 되어있다.
지난 모지역의 전국체육대회때 당국이 민간에서 거둔 성금이 모자라는 대회경비 조달의 충당보다도 훨씬 많은 돈이어서 물의를 빚었던 일은 대표적 예다.
이같은 행사경향은 진작부터 많은 비판과 빈축을 야기시킨바 있다. 정부가 만시지탄이 있긴 하지만 간소화지침을 마련한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노총리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이같은 지시 또한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으나 실천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만은 이 지침이 또 하나의 구두선이 되지않고 제대로 실천 될는지두고 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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