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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D에 편입’ 아니다 … KAMD는 한국군이 지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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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호 3 면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밴덜 미 8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8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8일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전격 발표한 데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작용했다. 북한은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한 데 이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 미사일을 6차례나 발사했다. 6번째의 무수단 발사는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핵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국가 방위를 위해 실전 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원회도 (6월 25일) “그곳이 어디든, 그가 누구든 즉시적이고 무자비한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협박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에 따라 북한 핵실험 한 달 뒤인 올 2월 초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공식 협의하기 시작했고, 다섯 달 만에 배치를 확정했다. 하지만 양국은 중국을 의식해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두고 많은 오해와 논란이 있었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을 탐지해 중국의 이익에 영향을 주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인 MD(Missile Defense)에 편입된다는 등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의 군사 협력체계가 더 강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따져본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드로 못 맞혀사드 미사일은 그 이름(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이 말해주듯이 종말단계의 상층 또는 고층방어용이다. 종말단계는 공격해오는 적의 탄도미사일이 초기 상승단계-중간 비행단계-최종 낙하하는 종말단계 가운데 마지막 단계다. 이런 단계에 맞춰 사드의 요격고도는 40∼150㎞로 개발됐다. 그러나 대륙을 넘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1200∼1500㎞ 고도로 비행한다. ICBM이 비행하는 중간 과정에는 요격고도가 짧은 사드로 맞힐 수 없다는 얘기다. ICBM이 대기권 밖 우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고도 120㎞부터 시작)으로 진입하는 속도는 마하 20∼25다. 따라서 ICBM이 사드의 요격고도에 들어오더라도 마하 8.24인 사드로는 두 배 이상 속도를 가진 ICBM을 요격한다는 것이 어림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이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할 때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로 중간 비행단계의 ICBM을 요격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을 ICBM으로 공격할 때 그 ICBM은 한반도를 지나가지 않는다. ICBM은 곧바로 시베리아를 경유해 알래스카와 캐나다 상공을 지나 미국 본토로 진입한다. 북극 쪽으로 가는 게 가장 짧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둥근 지구본을 놓고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을 갈 때 민항기도 비슷한 경로로 간다. 문제는 사드 미사일의 사거리가 20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거리는 시베리아 상공은 고사하고 압록강이나 두만강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북극 부근을 넘어오는 탄도미사일에 대비해 알래스카 남단 섬인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지상발사요격시스템(GBI)을 두고 있다. 현재 33기가 실전배치돼 있다.


중국이나 북한이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을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IRBM은 남한을 지나가지 않고 북한 청진과 일본 오사카 상공을 지나간다. 이 또한 사드로 요격하기엔 턱도 없이 먼 거리다. 더구나 마하 15 이상을 날아가는 IRBM을 사드 미사일로 뒤쫓아가서 요격한다는 것도 이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 내륙을 감시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사드 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는 AN/TPY-2 레이더의 미사일 탐지거리가 긴 것은 사실이다. 강력한 X-밴드 전파를 사용하는 이 레이더는 용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조기경보용과 사격통제용(교전용)이다. 이 두 레이더는 외형과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똑같지만 생산할 때 각종 소프트웨어나 일부 장치가 다르게 세팅돼 나온다. 용도를 바꾸려면 생산한 미국 현지 공장으로 보내 8시간 동안 교체작업을 해야 한다. 조기경보용(FBM·Forward Based Mode)은 적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전진 배치되는 레이더로 탐지거리가 1200㎞로 길다. 현재 일본 교토 인근에 배치돼 있다.


사격통제용(TM·Terminal Mode) 레이더는 적이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사드 미사일을 조종 및 유도하는 교전용이다. 최대 탐지거리는 900㎞ 정도지만 실제 전투 시엔 전파 각도를 높여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600㎞ 정도로 줄어든다. 사격통제용은 전투를 위해 사드 미사일과 함께 배치된다.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에는 탐지거리가 짧은 사격통제용이 배치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주한미군에 사격통제용 레이더가 배치되면 탐지 범위는 중국 산둥반도와 북·중 국경 주변 정도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의 레이더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있는 곳을 향해 탐지 방향이 고정된다. 이런 까닭에 주한미군 사드 체계의 X-밴드 레이더로는 중국의 둥펑-5나 둥펑-31 등 ICBM이 배치된 내륙을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ICBM이 미국으로 날아가는 경로도 이 레이더 탐지 범위를 훨씬 벗어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지역 방어전략인 반접근 및 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 Denial)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탄도미사일 정보는 공유주한미군에 사드 체계가 배치되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미국의 MD 체계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누가 요격 명령을 지시하느냐다. 현재 KAMD는 한국군 합참의장-공군작전사령관-현지 지휘관 등의 지휘체계로 지시할 수 있다. MD는 미군의 지휘체계를 따른다.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주한미군사령관-7공군사령관-현지 지휘관 순으로 명령할 수 있다. 이 지휘구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KAMD와 미국 MD는 별개의 독립체계다.


KAMD와 MD는 방어의 범위에서도 차이가 있다. KAMD는 한국을 공격해오는 탄도미사일을 마지막 종말단계에서 요격한다. 그러나 MD 체계는 전 세계를 방어한다. MD는 탄도미사일의 발사 때부터 중간 비행단계, 종말단계 등으로 나눠 방어한다. IRBM은 발사단계와 종말단계 모두 미 해군 이지스함에 배치된 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 ICBM은 중간비행과 종말단계 모두 GBI로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MD 개발 초기부터 미국과 연구개발을 함께하고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에 SM-3도 배치돼 있다. 일본은 사실상 미국 MD에 편입돼 있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정보 공유는 다르다. 한국은 KAMD를 미국 및 일본과 독립적으로 운영하지만 탄도미사일 정보는 공유한다.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순식간에 날아오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가운데 스커드 B와 C는 남한을, 노동미사일은 일본을, 무수단급은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괌을, KN-08은 미국 본토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위협을 받고 있는 한·미·일 세 나라가 정보에 관한 한 협력할 필요성을 공감한 것이다. 그 결과 한·미·일은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기로 2014년 말 합의했다. 올 6월 22일에는 3국이 북한의 IRBM인 무수단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화상회의로 공유하고 하와이에서 해군끼리 탄도미사일 탐지훈련도 실시했다. 현재 세 나라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각국이 탐지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에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대응은 각국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각자 결정한다.


그동안 중국은 사드와 관련해 합리적 의심 이상의 과도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 원인은 중국이 사드 체계를 능력 이상으로 과대 평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한국이 미국의 MD에 편입될 가능성을 우려한 점도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사이의 갈등이 한반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부담이 중국에 작용했을 수 있다. 중국은 또 미래에 어떤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드 체계 때문에 한국에 대한 미사일 협박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한·미는 중국이 가진 오해를 해소하는 데 먼저 노력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들여온 공과 동북아 안보 및 발전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국주의적인 강압외교 자세는 버려야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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