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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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10년동안 국내수출업계는 줄곧 높아지는 보호와 규제의 장벽만 보아왔다. 그러나 엊그제 파리에서 열린한 무역회의는 우리의 수출쿼터를 오히려 늘리는데 합의했다. 비록 절대물량이나 금액은 보잘것없지만 수출쿼터를 늘린 무역회의는 아마도 근래 없었던 일이다.
외무부 경제차관보를 수석대표로한 한불경제협력 혼성위원회가 이틀간의 파리회의를 마치면서 한국산TV와 라디오의 수출쿼터를 15%, 5%씩 내년부터 각각 늘리기로 합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 작은 회의의 결과가 보호와 규제에 시달려온 국내업계에 하나의 신선한 자극과 고무를 줄수 있다고 본다.
달러강세와 미일무역마찰이 극심해진 최근 5년 동안은 선진국 개도국 가릴것 없이 다투어 담을 쌓는 바람에 세계무역은 GATT체제출범이후 최대의 위기적 상황에 직면해있다. 거의 모든 수출품목들이 세계시장 곳곳에서 보호주의와 관세 비관세장벽에 부닥치고 규제와 쿼터삭감이 노골화되는 추세다.
더우기 프랑스는 경제성장의 침체와 실업증가로 유럽권에서도 유별난 보호주의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런 무역상황을 고려할때 이번 회담에서 미량이나마 수출쿼터를 늘릴수 있었던 것은 경제외교의 열매로 볼수 있다. 보호주의의 파고가 아무리 높다해도 세계시장은 여전히 넓고 다양하며 우리의 하기나름으로는 아직도 파고들 여지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 하나의 실증이 아닐수 없다.
쿼터가 늘어난 TV와 라디오의 올해 쿼터는 TV2만대, 라디오45만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15% 늘어난댔자 물량과 금액은 보잘것 없다. 그러나 이번의 쿼터증량은 그 상징적 의미를 더 크게 새겨야한다. 민간과 정부가 가능한 외교교섭력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아직도 넘을수 있는 장벽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한불무역은 그 규모와 범위에서 우리에게 큰 비중을 차지한것은 아니었다. 왕복 물량을 합쳐도 지난해 6억4천만달러, 올해도 6억달러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당면과제가 시장의 다변화에 있는만큼 교역비중이 낮은 구주권과의 통상관계 확대도 매우 시급한 과제가 아닐수 없다. 미일일변도의 시장정책으로 구주독은 품목에 따라 수출쿼터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현실에 비추어 정부나 유관단체·업계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개척과 심화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특히 한불양국은 내년이면 수교1백년을 맞는다. 이번 회의가 쿼터증량뿐 아니라 양국의 합작사업확대와 제3국 공동진출, 무역과 기술 문화협력의 확대등에 합의한 점은 평가받을만 하다. 물론 그들도 서울올림픽 관련 사업이나 원자건설등 주요 프로젝트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이런 주요 국내 프로젝트들을 우리의 대외 교섭력을 확충하는데 요긴하게 활용할수 있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연구해야한다.
경제외교와 교섭능력의 확충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싯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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