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국적·출신과 무관하게 우리 모두는 이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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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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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7년 전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홍대입구나 신촌·이태원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에서 젊음을 발산하는 것을 좋아했다. 클럽이나 노래방 같은 곳에서 젊은 밤문화를 즐기는 것은 한국인의 ‘기’와 ‘흥’을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시 자주 찾던 한 클럽에 갔더니 ‘외국인 출입금지’라는 간판이 보였다. 이유를 물었더니 얼마 전 외국인 두 명이 심하게 싸워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리 사정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함께 갔던 한국 친구들과 근처에서 맥주만 한잔하고 서운하게 헤어졌다.

최근 이태원의 한 업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에게서 들었다. 물론 한국에 사는 외국인 중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을 일반화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적·출신을 바탕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최근 유럽에서 혐오와 증오를 일으키는 ‘국가주의적 정당’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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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의는 제1·2차 세계대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외국인에 대한 공포·일반화·차별을 조장한다. “독일 사람은 이렇더라” “한국 사람이 그렇더라” “중동 사람이 저렇더라” 같은 표현이 일반화에 해당한다. 사람이 바르게 행동하면 칭찬받고 옳지 않은 행동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 판단 기준은 국적·출신이 아니라 개인 행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선 국가주의 정당이 활개치면서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얼마 전 독일 국가주의 정당인 AFD의 대표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독일 축구 국가대표) 제롬 보아텡 선수가 축구를 잘해서 고맙지만 이웃 집엔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이 기가 찬 망언에 보아텡은 차분하게 반응했지만 나는 상당히 마음이 아팠다. 다행스럽게도 대다수 독일 국민은 이 당 대표와 생각이 달랐다. 한 어린이는 축구장에서 ‘보아텡 형, 우리 옆집으로 이사 와 주세요’라는 포스터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됐다. 보아텡은 이번 유럽컵 대회에서 독일 대표팀의 제일 든든한 기둥으로 활약했다. 뛰어난 열정과 실력으로 세계적인 수비수가 됐고 독일 대표팀이 8강까지 무실점을 유지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됐다. 보아텡의 멋진 활약 앞에 AFD 대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사람을 ‘외국인’ 등으로 일반화하지 말고 개인별로 판단했으면 좋겠다.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 소통하며 클럽에서 음악을 즐기고 싶다. 한국을 좋아하는 한 외국인의 작고 소박한 바람이다.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