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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맛보는 부산 대표 음식] 소울푸드 돼지국밥, 냉면 대신 밀면, 부산식 만둣국 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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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맛보는 부산 대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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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식이다. 부산은 바다와 강, 산을 끼고 있어 먹거리가 다양하고 대를 잇는 음식점이 많아 식도락 여행지로도 인기다.
돼지국밥·밀면·냉채족발·씨앗호떡·어묵·완당·동래파전·곰장어구이·생선회·떡볶이(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비빔당면 등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열손가락으로 세기에 모자랄 지경이다. 부산이 고향이자 『쉼표, 부산』의 저자 박진 여행작가는 “부산은 6·25 전쟁 때 피란민들이 모여들었고 이때 만들어 먹기 시작한 돼지국밥과 밀면을 비롯해 생선회와 구이, 생선으로 만든 어묵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먹거리부터, 알아두면 좋은 팁, 서울에서 부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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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인근 골목. 부산에서 돼지국밥은 서울의 김밥전문점만큼 흔하다.

부산의 전통적인 먹거리는 돼지국밥과 밀면이다.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당시 쉽게 구할 수 있던 돼지뼈와 돼지고기로 푸짐하게 먹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게 돼지국밥이고, 메밀 같은 다른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게 밀면이다. 두 요리는 지금도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서 골목마다 한두 집은 있을 만큼 흔하다.

이외에 항구나 수산시장에서 파는 신선한 회를 비롯해 해산물 요리도 부산을 대표하는 요리다. 국제시장·깡통시장·남포동골목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비빔당면·씨앗호떡 같은 소소한 먹거리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최근엔 어묵 고로케도 인기다. 삼진어묵·거래사어묵·범표어묵 등 부산을 대표하는 어묵 가게들이 앞다퉈 새로운 맛의 어묵 고로케를 선보이고 있다. 삼진어묵은 부산역에 지점을 열며 대중화에 나섰고 전국으로 매장을 넓혔다. 오래된 빵집 고려당·백구당과 함께 부산 3대 빵집으로 꼽히는 옵스(OPS)도 새롭게 떠오른 빵집이다. 달걀과 꿀을 넣어 만든 카스텔라인 ‘학원전’과 슈크림빵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인기다.

부산의 먹거리에는 고유의 먹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순대는 소금이 아니라 막장(쌈장과 비슷하지만 더 묽은 장)을 찍어 먹고 파전은 간장 대신 초장에 찍어 먹는다. 간짜장을 시키면 달걀 프라이를 올려 낸다. 박 작가는 “외지 사람들은 부산에 오면 이런 풍경에 의아해하지만 반대로 부산 사람인 내가 외지에 갔을 때 순대나 파전, 간짜장을 시켰을 때 각각 막장·초장·달걀이 없어 허전했다”고 말했다.

부산이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다면 권역별로 나눠 돌아보길 권한다. 부산이 생각보다 넓어 하루에 모두 돌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부산역·남포동·광안리·해운대 4권역으로 나눠 먹거리를 추천했다.

먼저 부산역은 어묵·밀면·돼지국밥 등 부산의 내로라하는 먹거리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역 앞 차이나타운도 빼놓을 수 없다. 차이나타운의 ‘원향재’는 간짜장을 시키면 부산식으로 달걀 프라이를 올려낸다. 박 작가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간짜장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남포·부평동이다. 부평동엔 부산이 원조로 알려진 냉채족발을 맛볼 수 있는 족발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이 중 ‘부산족발’은 냉채족발의 원조로 알려진 곳으로 새콤달콤한 소스와 족발이 잘 어울린다.

광안리에선 부산식 떡볶이를 만날 수 있다. 밖에서 보면 여학생들 다리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 ‘다리집’으로 이름 붙여진 분식점에선 굵은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 박 작가는 “부산은 본래 굵은 가래떡 한 개에 100원, 작은 가래떡 한 개에 50원처럼 개수로 계산을 했는데 다리집 역시 마찬가지다. 굵은 가래떡 두 줄이 기본인데 1인분 양으로 충분하고 떡 자체가 달고 쫄깃하다”고 말했다.

해운대는 맛집이 많은 동네다. 부산은 일본과 거리가 가까워 일본 음식 전문점이 많은데 해운대의 일본 라멘 전문점 ‘호타루’도 이 중 하나다. 해운대 번화가에 있다가 기장 용궁사 근처로 옮겼다. 직접 뽑아내는 면의 맛이 일품이다.

어느 여행지나 마찬가지지만 진짜 맛집은 부산에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박 작가는 “맛집 추천해주세요라는 말 대신 ‘요즘 자주 가는 식당이나 좋아하는 식당을 추천해주세요’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말이 유명한 식당을 추천해달라는 뜻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냉채족발 처음 먹어보는데 부산에 냉채족발 잘하는 집 있나요”처럼 구체적인 메뉴를 정해서 물어보면 더 좋다.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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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뼈를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돼지 수육을 넣고 밥을 말아 먹는 돼지국밥은 부산 사람들의 ‘소울푸드’다. 내장을 넣는 대구식과 달리 살코기만 넣는 게 특징이다. 박진 작가는 “아마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치고 돼지국밥에 얽힌 추억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돼지국밥은 부산 사람들에게 밀면과 함께 가장 흔하고 저렴하고,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다. 부산 서면·사상터미널·평화시장·부산역 인근에 돼지국밥촌이 여럿 형성돼 있을 정도다.

서울에선 연남동 ‘월강부산돼지국밥’, 망원동 ‘망원동돼지국밥’ ‘합천돼지국밥’ 등이 대표 맛집으로 꼽힌다. 서울 토박이가 차린 ‘돈수백’은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겨냥해 담백한 맛을 낸다. 이 중에서도 ‘망원동돼지국밥’은 점심시간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설 만큼 인기다. 부산 영도가 고향으로 유독 돼지국밥을 좋아했던 김지현(39) 사장이 어머니 이태옥(69)씨와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삼겹살·항정살·앞다릿살을 주로 사용해 고기가 풍성하고 돼지 누린내를 잘 잡아 국물 맛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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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돼지국밥
대표 메뉴: 돼지국밥·내장국밥·순대국밥 7000원씩, 돼지국밥(특) 1만원, 수육 2만·3만원
영업시간: 오전 7시30분~오후 10시(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2-322-4502 주소: 마포구 동교로9길 71 1층 주차: 불가

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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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돼지·닭 등의 뼈와 약초를 끓여 우려낸 육수에 밀가루로 만든 면을 말아 먹는 밀면은 부산 사람들에게 여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다. 돼지국밥과 더불어 6·25 전쟁 무렵 부산에 피난 온 실향민들이 냉면을 먹고 싶지만 메밀을 구하기 어려워 밀가루로 냉면 면발과 비슷하게 면을 뽑아 대용으로 먹기 시작했다. 냉면과 달리 물밀면·비빔밀면 모두 매콤한 양념장을 넣어 맛이 강한 편이다. 밀면의 본고장답게 대표라 자신하는 밀면집이 많은데 이 중에서도 가야밀면·개금밀면·춘하추동·가온밀면·동래밀면 등이 유명하다.

부산에선 동네마다 흔하게 있는 식당이 밀면집이지만 서울에선 유독 찾아보기 어렵다. 냉면에 입맛이 길든 서울 사람에게 밀로 만든 밀면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 밀면집들이 서울의 문턱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가운데 김해·부산에 20개의 매장이 있는 ‘3대서가밀면’이 지난달 서울 당산동에 서울 직영점을 내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해에서 수정루라는 중국집으로 시작해 밀면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2009년 창업주 고 오분연씨의 아들 서말수(55) 대표가 이어받아 상호를 ‘3대서가밀면’으로 바꿨다. 일반적인 밀면과 다르게 면을 반죽할 때 치자 우린 물을 넣어 면발이 노란색을 띠고 숙성시켜 면이 쫄깃한 게 특징이다. 조미료는 넣지 않고 돼지뼈와 28가지 약재를 끓여 만든 육수는 발효시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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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서가밀면
대표 메뉴: 물밀면·비빔밀면·물같은비빔밀면 6000원씩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연중무휴) 전화번호: 1522-2305 주소: 영등포구 양평로 59 대영빌딩 1층 주차: 상가 주차장 이용

 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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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여행할 때 꼭 먹어보라고 권하는 음식 중 하나다. 중국식 만둣국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으로 만두 크기가 작고 손이 비칠 만큼 얇은 두께로 구름처럼 얇게 퍼지는 피가 특징이다. 육수는 밀가루 음식 특유의 텁텁한 맛이 없고 담백하면서 깔끔하다. 완당의 맛은 완당피를 얼마나 얇게 빚느냐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 이를 위해 제면실은 습도 80%, 온도 24도를 유지해야 피가 마르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만두소는 돼지고기·부추·파 등을 곱게 갈아 일일이 손으로 빚는다.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워 부산에서도 가게가 몇 곳 없는데 1947년 문을 연 부민동 ‘원조18번완당’과 이듬해 문을 연 남포동 ‘18번완당집’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선 대학로 ‘18번완당명가’에서는 부산 완당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다. 48년 문을 연 남포동 ‘18번완당집’의 서울 분점이다. 부산 본점 창업주 정숙남씨의 사위 김상억(55)씨가 1년간 본점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혀 2014년 대학로에 매장을 열었다. 정성과 노력을 많이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제면실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완당이 익숙하지 않은 서울 사람을 위해 본점엔 없는 손만두(새우·고기)를 파는데 쫄깃한 피와 아낌없이 넣은 소로 완당만큼 인기가 많다. 9월에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서울 2호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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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완당명가
대표 메뉴: 완당·18번손만두 7000원씩, 완당+유부초밥 세트 8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연중무휴) 전화번호: 02-762-0018 주소: 종로구 대학로8가길 48 1층 주차: 불가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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