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 작가인 엘리 비젤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자택에서 별세했다. 87세.
루마니아계 유대인인 비젤은 15세 때인 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다. 1년 뒤 독일이 패전하면서 풀려났지만 수용소에서 부모를 잃었다. 비젤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소르본 대학을 졸업했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돼 궁핍했던 그의 삶은 56년 자신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 『나이트(Night)』를 출간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 책은 전 세계 30개 국어로 번역되며 당시 잘 알려져 있지 않던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드러내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비젤은 저술과 강연에 매진하며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알리고 인종 학살에 맞서 싸웠다. 그 공로로 8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침묵은 악인들에게 힘을 준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비젤은 인류의 양심”이라고 추도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