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남자배구 판도에 "강진"|최강 소련, 불에도 3-0 완패…4강진출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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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남자배구계에 사상 처음으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세계강자가 다 모인 제2회 서울국제배구대회에서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가운데 각팀은 난전의 양상을 보여 우승의 향방을 점치기는 시계(시계) 「제로」 상태다.
78년이후 세계공식대회타이틀을 모두 거머쥐었던 무적함대 소련이 14일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회4일째 A조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신예 프랑스에도 3-0으로 완패, 남자배구사상 최대의 파란을 일으키며 2승2패로 예선탈락의 위기에 빠졌다.
이에따라 A조에서는 프랑스·아르헨티나가 2승1패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고 한국·일본도 15일 경기에서 프랑스·아르헨티나를 모두 꺾으면 5팀이 모두 동률(2승2패)이 돼 세트득실차로 4강진출권을 다투게 되는 혼미에 빠졌다.
한국은 세트득실차가 마이너스1로 프랑스를 3-0으로 이기고 일본이 아르헨티나를 꺾어줘야만 세트득실차에 따라 소련과 함께 4강진출이 가능해진다.
소련을 중심으로한 동구권과 한때 일본이 세계무대를 주름잡던 배구계가 왜 이처럼 난전을 벌이게 됐을까.
지금까지 올림픽에서는 소련(3회), 일본(1회), 폴란드(1회), 미국(1회)이 우승을 해봤고 월드컵대회에서는 소련이 모두 우승했다.
또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소련(6회), 체코(2회), 동독과 폴란드(각 1회)가 왕좌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북·남미세가 급격히 부상, 84년 올림픽에는 동구권이 빠지기는 했지만 미국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10위권안에 드는 국가간의 실력차는 그야말로 종이한장 차이가 됐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의 실력이 급격히 향상된 것은 64년부터 배구가 올림픽종목이 되면서 서구 및 남미 각국이 배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미국·남미·유럽 각국은 신체조건이 소련에 뒤질게 없는데다 일본을 주축으로 한 동양의 세밀한 기술을 습득, 힘과 스피드를 모두 갖추게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일본보다 더 빠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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