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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지만 결코 무모하지 않은 판철희, 정미경 씨 부부의 양평일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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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전원속의 내집기자]

과감하지만 결코 무모하지 않은

판철희, 정미경 씨 부부의 양 평 일 기

직접 집을 짓다보니 회원수 3천7백명이나 되는 ‘나이테 공방(http://cafe.daum.net/naite)’을 운영하게 되고, 남는 공간을 활용할 생각으로 펜션까지 겸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찾아온 손님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카페를 만들 구상에 여념이 없다. 이 부부의 끝없는 과감한 결단에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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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이테 펜션은 페인트칠 작업이 한창이다. 5년째 원목 그대로의 결을 자랑하다가 새로운 느낌을 입혀주고 싶어 부인 정미경 씨가 과감히 페인트통과 붓을 들었다. 워낙 객실 내의 천장과 가구 페인트 작업이 손에 익었지만 창호와 외벽 일부의 색상만 바꿔도 아기자기한 프로방스풍 펜션으로 변신하니 설레이는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제 2 의 인 생 을 위 한 분 수 령 , 집 짓 기 출 사 표

봄에 시작해 장마 전에 끝내고자 했던 지하층을 포함한 3층짜리 목조주택을 짓는 야심찬 도전은 장마를 훨씬 넘기고 그 이듬해까지 훌쩍 지나버렸다. 그 사이 가족들은 내부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처마 밑에서 잠을 청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집짓기에 문외안인 남편 판철희 씨를 믿고 지지해주던 부인 정미경 씨도 속을 많이 끓였을 터. 밀어붙이는 남편을 말릴 수도 없었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진로도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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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안 간다고 버텼지만 그동안 사업으로 몸도 마음도 지쳤을 남편이 직장도 버리고 선택한 일이기에 두손 두발 다 들었죠. 아이들은 본인이 욕심을 낸다면 공부야 이곳에서도 얼마든지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구요.”


판철희 씨는 목조주택 건축학교의 이론교육과 몇번의 현장견학 경험이 전부였지만, 결심한 것은 해내고야 마는 성품이라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 그리 오랜 고민을 하지 않았다.


“같이 졸업한 건축학교 동기들 중 실제로 집을 짓고 사는 이는 거의 없어요.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일생에 한번 뿐인 일이지만 제2의 인생을 넘는 분수령으로 보면 못할 것도 없었죠(하하).”

길고도 험난한 여정 끝에 얻은 가족의 보금자리

1층은 추후에도 변형할 수 있도록 비워두었고 2층은 부부의 공간, 3층은 아이들 방으로 꾸밀 계획으로 214㎡ 면적으로 지었다.
그동안 건축학교에서 배운 모형집 짓기부터 하나씩 착수했다. 스터드(세로로 세우는 나무기둥)의 간격과 창문의 헤더(창문 구멍 상단에 하중을 떠받치는 나무) 등 수많은 공정을 세세한 부분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구조물을 만드느라 2주나 소요하였다.


그는 “저희 같은 아마추어들에게 모형집 짓기는 필수”라며 “현장에서 나무 소요량의 로스를 많이 줄일 수 있던 것도 모두 모형집 덕분이었다”고 노하우를 전한다.


대지의 조건은 불리하기만 했다. 터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다리를 건너면 바로 붙어있는 좁고 긴 땅이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수준의 계곡도 장마에는 무섭게 불어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낮은 부분은 복토를 하며 집터를 구상했다.


수월한 작업이 될리는 없었다. 몸체만한 돌덩어리들을 연신 들어 낮은 곳을 채워가며, 달랑 전동톱만으로 철근을 잘랐다.

그래도 교본대로 꼼꼼히 지었다는 자부심은 크다. 거푸집 설치 후 바닥 시멘트 작업을 하면서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밀대로 수평을 맞추기 위해 고생했던 기억은 아직도 웃음이 난다고.

“골조를 막 세우고 작업이 한창인데 장마가 들어 비가 억수로 쏟아졌어요. 비에 젖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 높은 지붕을 뛰어다니며 비닐을 씌웠던걸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두 번 다시 못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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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길어지다 보니 부인은 끝날것 같지 않은 공사에 불안감이 커졌고, 남편은 어디 한군데 성한데 없이 부상과 고생이 심했지만 부인에게 차마 내색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족의 보금자리가 완성되었을 때 기쁨은 더 컸다.

천 직 을 버 리 고 값 진 인 생 을 얻 기 까 지

집을 다 짓고 얼마 지나지 않아 1층의 빈 공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텅 빈 공간에 외벽을 만들기 시작하며 구상 끝에 4개의 객실과 별채를 꾸몄다. 아무것도 모르고 집을 짓던 때가 떠 오르며 그때 쏟은 정성이 얼마나 깊었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펜션에 어울릴만한 문을 찾아 헤매던 중 무모한 도전이 이어졌다. 가격도 디자인도 맘에 들지 않던 차에 문을 직접 만들기로 한 것. 중견 목수들도 만들기 힘들다는 문이었지만 기본에 충실해 튼튼하고 실용적이게 제작해 고정 장치를 달고 오일스테인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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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련된 4개의 객실에는 나이테 공방에서 만든 가구들로 채워졌다. 식탁과 침대, 장식장에 애써 만든 문까지 어느것 하나 부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었다. 이는 가족이 거주하는 2층과 3층 내부에도 마찬가지여서 탁자, TV장, 의자, 아이방 가구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가구를 차지한다. 필요에 의해서 만든 공방의 산물들이 하나하나 모아진 것이다.


“2년간 집 만들고 고치고 했던 작업을 토대로 의심 없이 목공에 도전하게 됐죠. 세련미는 없어도 마니아들은 변함없이 찾아줍니다.”


어쩌면 공방에 입문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였을 것이다. 그의 말을 대변이라도 하듯 공방의 인터넷 카페에는 주문이 꾸준히 이어진다. 나이테 공방만의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디자인에 매료된 이들은 집 안의 가구를 전부 나이테 가구로 채우기도 한다.

머릿속에만 있던 디자인을 가구와 집, 펜션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결코 녹록할 리가 없다. 과정이야 어쨌든 흥미 있는 분야만 눈에 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뚝딱 결과물을 만들어 내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천직이라 여겼던 일을 뒷전으로 둘 때는 버린 것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에야 소박한 꿈이었을지라도 이제 그는 집 한 채를 오롯이 지으며 더 소중한 많은 것을 손에 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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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구상을 거쳐 카페 건축에 새로운 도전

스스로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라는 정씨는 낮에는 카페 건축과 밤에는 공방일로 주경야독이 따로 없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나이테다운’카페공간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스케치와 구상을 거듭했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차도 마시고 책도 읽으며 지인과 담소할 수 있는 노천카페를 계획했다.

그녀는 “계곡 물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편안한 카페를 만들고 싶다”며 “새로운공간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린다”며 기대감을 드러낸다.

이에 앞서 펜션의 리모델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동안 꾸준히 관리해주면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색다른 공간에 대한 설레임으로 리폼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앞서, 색상을 정하고 몇 가지 조색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색상을 찾았고 멋진 네이비와 레드의 문과 봄 내음이 물씬 나는 화사한 톤으로 변화를 주었다.

정미경 씨의 페인트 리폼이 일단락되자 이제는 판철희 씨가 나섰다. 2층에 마련할 카페를 위해 지체 없이 판을 벌렸다.

벌써부터 자재수급을 위해 자재상과 제재소 탐방에 나섰다. 나이테 펜션은 잠잠할 틈도없이 이번 봄에도 들썩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5년차 전원생활 선배로서 부부는 전해줄 말이 많다.

“저는 4년이 될 때까지는 적응이 잘 안되더라고요. 3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으로 이곳 생활을 받아들이게 됐지, 그 전까지만 해도 그게 잘 안되었어요. 30년 넘게 번잡한 도심생활에 익숙해 있다가 갑자기 나만 홀로 한적한 시골에 뚝 떨어진 느낌이었어요. 계곡물 소리도 너무 크게 들리고 모든게 스트레스였죠. 이제는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자연과 동화되며 산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1~2년 차 전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이들을 숱하게 보아왔던 터라 판씨는 부인의 말에 한마디 더 거든다.

“좋아하는 거랑 정착하며 사는 것은 많은 격차가 있습니다. 비어있는
전원주택도 많은데 전세로 1년간 살아보고 와도 늦지 않습니다. 저희처럼 여러분 모두 성공적인 전원생활을 하기 바랍니다.”

기사제공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취재 : 김수현
사진 : 변종석
취재협조 : 나이테 공방 http://cafe.daum.net/na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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