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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자두 직접 따 ‘손맛’ 보세요, 더 새콤달콤 입맛 사로잡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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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맛 여행 <7월>  김천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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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과일 자두가 제철을 맞았다. 이달 경북 김천을 방문하면 자두 농가에서 자두 수확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자두는 여름 과일이다. 6월 하순, 초여름 더위가 시작될 때 시장에 등장해 월 말 더위가 사그라질 즈음 모습을 감춘다. 불볕 더위에 시달리다가도 새콤한 두를 한입 삼키면 지쳤던 심신에 활력이 돈다. 자두 하면 첫 손에 꼽히는 지역이 경북 김천이다. 더위에 옴짝달싹하기 싫더라도 이달 김천으로 향하면 빨갛게 익은 자두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지역 축제에 참가해 자두를 수확하는 기쁨은 덤이다.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맛으로 떠나는 피서

옛날 영남지역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는 길에 꼭 넘어야 했던 고개가 있다.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을 가르는 추풍령(221m)이다. ‘추풍낙엽’처럼 낙방할까 두려웠지만 그래도 선비는 고갯길을 넘었다. 김천 땅에 들어서니 그 시절 추풍령이 그나마 만만한 산길이었으리라 짐작됐다. 김천은 수도산(1316m)·대덕산(1290m)·황악산(1111m)·금오산(977m) 등 험한 산줄기가 감싼 분지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김천에서는 논농사 대신 밭농사가 주력이었다. 특히 김천은 1970년대부터 자두 주산지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김천농업기술센터 김병수(53) 계장의 설명이다.

“자두는 찬 기운에 취약한 과수인데 김천의 높은 산은 찬바람을 막아주는 천연 병풍입니다. 또 내륙 분지인 김천의 뜨거운 여름은 자두의 단맛을 끌어올립니다.”

현재 김천은 2000여 농가가 면적 2200㏊의 자두 밭을 경작하고 있다. 지난해 자두 생산량은 1만t으로 국내 자두의 20%가 김천에서 수확됐다. 우리나라에는 대여섯 종류의 자두가 나는데 ‘대석’과 ‘포모사’ 종이 가장 흔하다. 과육이 단단해 씹는 맛이 좋은 자두다. 보통 대석은 6월 하순, 포모사는 7월 중순 시장에 모습을 보인다. 입에 넣자마자 문드러지는 새빨간 자두 ‘피자두’는 8월께 출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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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석 자두. 6월 하순부터 생산되는 품종이다.

지난달 중순 김천의 자두밭을 찾았다. 불그스름한 대석 자두가 주렁주렁 달린 자두밭이었다. 김천시 감문면에서 만난 농부 조장운(69)씨는 수확을 앞두고 자두밭에서 열매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맘때 자두는 하루하루 색이 달라요. 표면에 80%가 빨간색을 띨 때 수확해야 맛이 좋습니다. 더 익으면 물러지고, 덜 익으면 신맛이 강하거든요.”

조씨는 자두 몇 알을 따서 먹어보라고 권했다. 온몸이 빨갛게 물든 열매만 골라 툭툭 뜯어냈다. 아이 주먹만한 자두를 한입 베어 무니 붉은 껍질 안에 노란 과육이 드러났다. 달콤한 과즙이 줄줄 흘러나왔다. 대청에 널브러져 자두를 먹다 보면 여름 한철 금방 물러나겠구나 생각했다.

자두야! 놀자

자두가 빨갛게 익어가면 김천은 손님맞이로 분주해진다. 해마다 7월이면 김천을 대표하는 축제인 ‘김천 자두·포도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축제는 자두·포도·복숭아 등 과일을 시식하고, 농가 직거래를 통해 도매가로 과일을 살 수 있는 행사다. 올해는 오는 16∼18일 사흘간 김천 종합스포츠타운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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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만 한 자두를 맛보고 있는 어린이.

김천시청 박영훈(39) 주무관은 “자두축제는 특히 가족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축제”라고 운을 뗐다. 자두를 직접 따고 그 자리에서 맛보는 체험이 가능해서다. 체험비 1만원을 내면 농장에서 바로 자두를 따 먹을 수 있고, 자두 1㎏도 가져갈 수 있다.

“해마다 2000~3000명이 축제 기간 동안 자두 수확 체험에 나섭니다. 매년 찾아오는 단골 여행객도 많습니다. 자두를 나무에서 똑 따보는 ‘손맛’을 보고 나면 자두가 더 달게 느껴지거든요.”

자두 수확 체험은 17∼18일 이틀간 김천의 자두 농가 4곳에서 진행된다. 농가는 모두 김천 시내에서 자동차로 20∼30분 가야 한다. 종합스포츠타운에서 자두 농가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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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가 경매되는 김천시농산물도매시장.

자두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김천에서 자두를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광동에 있는 김천시농산물도매시장으로 가면 된다. 김천에서 나는 과일이 경매되는 장소다. 7∼8월에는 1만6500㎡ 면적에 이르는 경매장을 자두 박스가 빼곡히 채운단다. 강찬구(59) 이사는 “우리 도매시장이 김천에서 가장 신선한 자두를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새벽에 딴 자두는 오전 10시 경매에, 오전에 딴 자두는 오후 2시 경매에 나옵니다. 경매인에게 말만 잘하면 도매 가격에 2000~3000원만 더 주고 그날 수확한 자두를 살 수 있어요.”

경매 시간이 되자 경매인 34명이 자두를 앞에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폈다. 경매장을 빠져나간 자두는 누군가의 식탁에 올라 여름의 시작을 알릴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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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김천시청까지 자동차로 3시간 소요된다. 김천시청에서 ‘김천 자두·포도 축제’가 열리는 김천 종합스포츠타운은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자두 수확 체험은 축제 홈페이지(gcjadu.com)나 전화(054-541-2608)로 예약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체험 농가 정보가 나와 있다. 17∼18일은 축제 행사장에서 체험 농가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연결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40분 간격으로 하루 8번 출발한다. 지역 특산물 온라인 장터 농마드(nongmard.com)로 김천 자두를 주문할 수 있다. 2.5㎏(30~50과) 1만2900원. 전화 주문도 가능하다. 02-210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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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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