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고혈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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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매일 아침이나 매주말 적당한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은 것은 알지만 시간도 없고 또 장소도 없을뿐 아니라 남보기 민망스러워 곤란하고, 음식을 싱겁게 먹으라하나 평생동안 맹탕을 어떻게 먹고 살며,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라고 하지만 더이상 안먹고는 기운이 없어 이틀을 계속하지 못하겠고, 동물성지방질을 피하라고 해서 계란은 안먹고 있지만 저녁 술자리의 기름진 안주는 안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비싸더라도 좋은 약이나 구해다 먹을 수밖에 없다고 고민하며 담배만 푹푹 피우고 온주말을 TV앞에서 보내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물론 과장된 예이지만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만의 고혈압환자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정상적인 체중이 되면 혈압이 현저히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 정상혈압까지 내려진다. 음식을 싱겁게 먹어도 비슷한 효과가 있고 소금섭취량을 조금씩 줄여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담배를 계속 피우며 고혈압 치료를 하는 것은 깨진 항아리에 물붓는 격이다. 고혈압의 치료효과를 흡연이 갉아먹기 때문이다.
생활습관이란 고치기 어렵지만 한 두달 고생하여 좋은 생활습관을 갖추면 평생의 건강관리에 더 이상 좋은 것이 없다.
쉬운 방법을 찾다보니 여러가지 약을 자기마음대로 먹게되고 약을 먹고있으니 자신의 건강을 위해 뭣인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고 따라서 별 부담없이 술 담배를 계속하게 된다.
고혈압은 평생을 같이 지내야하는 병이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며 음식을 싱겁게 먹고 금연하는 좋은 습관만 익히면 고혈압과 싸우는데에 그보다 더 훌륭한 무기가 없다.
이러한 고혈압의 일반적인 치료법을 먼저 시도하고 그래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요법을 시작한다. 그러나 일반저인 치료법을 계속 시도하기가 곤란한 사람은 오랫동안 세월을 허송하지 말고 약물요법을 우선 시작한 뒤에 시간을 두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다.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하는 식으로 생각날 때 한번씩 시도하는 식이요법 또는 운동으로 무작정 세월을 보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기도를 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참선·요가를 해도 혈압이 떨어질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이러한 방법을 장기간 계속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단기간해서 혈압이 떨어졌다고 계속 효과가 있다는 보증도 없다. 어느 방법이든 실시해가면서 자주 혈압을 측정, 장기간 효과가 계속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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