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속령만 있고 단속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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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단속령만 있고 단속은 없다.
시내버스가 곡예운전을 하는 도심에도, 총알트럭이 질주하는 강변도로에도 횡포차량의 고 삐를 잡을 경찰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 들어 대규모 단속령만도 3차례나 내렸는데 난폭차량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사고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단속 좋아하시네요. 도심에서 버스 단속하는 것 본적있읍니까? 사고많기로 이름난 강변도로에 제한속도로 달리는 트럭 본일없고 단속경찰 한 명 본적 없어요.
고양이가 생선가게 지키는데 신경을 쓰는데 쥐가 잡히겠어요? 애꿎은 손수운전자만 밥이죠.』 손수운전자 박길현씨(33·서울신사2동)의 푸념.
도심에서 노선버스들이 마구 횡포를 부려도 경찰의 단속은 왠지 미지근하기만 하다.
보유버스 1백96대인 S운수 업무과장 하모씨(47).
하씨는 손수운전자 박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명절이나 연말이면 버스가 지나는 노선의 경찰서에 인사다니기에 바쁘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인사를 해두는게 딱지를 떼고 벌금에 운행정지까지 당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
서울논현동 D일식집 앞.
좌회전금지 표지가 버젓이 서있는데도 승용차들이 유유히 좌회전을 해 일식집앞에 늘어선다.
『교통경찰이 수시로 찾아와 식사대접받고 용돈 2만∼3만원씩 챙겨가기 때문에 이같은 편의가 제공되는 것이지요.』 종업원 조모씨(30)의 말.
조씨는 건설업자가 공사를 맡았을때 공사장 왕래차량의 「말썽없는」통행을 위해 공사비에 교통경찰을 위한「교통대책비」를 따로 계산해놓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아니냐고 반문했다.
난폭운전사가 어쩌다 적발이 되면 『재수없이 걸렸다』며 면허증밑에 돈을 접어 건네주고 처벌을 모면하는 것도 공공연한 일이다.
『신호·속도위반 1만원, 주정차위반 5천원, 승차거부·합승 3만원이 공정가격이지요.』 K택시 노조조합장 이모씨(41)의 귀뜀.
오죽하면 얼마전 일본 세계주보가 한국에선 「박대통령집권때는 교통경찰 2년이면 집을 살수있었고 요즘은 5년이면 집을 장만할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을 정도.
난폭운전 일제단속령이 내려진 지난달 28일 이후에도 경찰의 단속건수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지난1일 서울의 경우 교통경찰 1명이 1건이 약간 넘는 4천1백31건을 단속했을뿐 그나마 난폭운전·차선위반·신호위반등 횡포차량은 각각 1백45건·1백31건·1백13건에 불과하고 사고와는 관계가 적은 주정차위반이 1천7백96건이나 되며 그마저 단속령때문에 적발이 늘어난 셈이라는것.
경찰의 단속이 이처럼 겉도는 가운데 사고는 단속령이전보다 오히려 늘고있다.
지난달 27일 4백21건(사망22명·부상5백45명)이었던 전국의 교통사고가 29일엔 4백37건(사망22·부상5백56), 31일엔 4백96건(사망20·부상5백85)이었다. <김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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