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빌어 인간 본성을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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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실을 과장의 확대경을 통하여 우리에게 제시, 일상에서 잊고 있던 인간의 본성과 삶의 미로를 새삼 폭로하고 깨닫게 해주는데에 가장 적합한 예술은 바로 연극임에 틀림없다.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수전노』 (「몰리에르」작, 정병희 역, 10·3l∼11·6)는 연극의 재미를 통하여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본성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세상에서 돈밖에 모르는 「아르파공」(박근형분)은 엄청난 이자의 고리대금을 업으로 하여 돈을 모으는 인물이다. 그에게 있어 아들·딸의 결혼 또한 모두 어떻게 하면 자기가 지참금을 지불하지 않고 결혼을 성사시킴으로 해서 자기의 돈이 축나지 않겠느냐가 그의 관심의 전부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들의 배우자를 돈많은 과부로, 딸의 배우자를 돈많은 늙은 홀아비「앙셀므」공(백일섭분)으로 정해주였다. 그러나 삶이란 그렇게 모든 것이 계산과 계획대로 들어맞지 않는데 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연극의 재미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엎치락 뒤치락 끝에 결국아버지 수전노는 금궤를 다시 찾고, 아들은 연인을 차지하고, 딸 또한 그를 사랑한 하인(부자며 귀족의 아들로 밝혀진다)과 맺어지는 해피엔딩이 된다.
이 연극 줄거리의 얽힘은 매우 도식적이다. 대신 「몰리에르」연극의 생명은 과장과 유머에 깃들여 있다. 주인공 「아르파공」을 철두철미하게 돈의 추종자로 그려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확대경 속에 확대해 보이듯 우리에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 주변의 인물들도 주인공의 약점과 본성을 드러내게 하기 위한 보조역이라 해도 좋다.
이러한 과장의 묘미를 이순재는 깔끔하게 연출하고 있다. 무대미술도 큰 변화없이 지루함을 덜고 있으며 조명 또한 무난하다. 더구나 덕성여대 의상학과 졸업반이 만든 의상은 서로 그럴듯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 박근형의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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