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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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의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세계 도처에 6개나 묻혀있다. 이 말은 요즘 경제평론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헬무트·슈미트」전 서독 수상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일본을 방문, 한 강연회에서 그렇게 말했다.
「슈미트」가 지적하는 6개의 시한 폭탄은 ⓛ중남미의 외채 ②미국의 재정·국제수지 적자③달러화 강세와 고금리 ④일본의 구조적 흑자 ⑤세계적으로 대두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⑥제3세계의 기아(기아)등이었다.
이들 시한폭탄 중 어느 것도 우리 나라에 아직 묻혀 있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가슴을 쓸어 내릴 수만은 없는 것이 시한폭탄 가운데 두 셋은 그 연계철선(연계철선)이 한국에도 뻗쳐 있다.
미국의 재정·국제수지적자가 그 하나요, 달러화 강세·고금리도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벌써 시한폭탄의 퓨즈가 뜨거워지고 있는 상태다.
중남미의 외채는 84년 말 현재 잔고로 3천 8백 50억 달러. 이 규모는 개발도상국 전체가 안고 있는 외채 9천억 달러의 43%나 된다. 중남미제국 GDP (국내총생산)의 38%, 이들 나라 총 수출의 2백 82%.
중남미의 외채가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것은 그 규모의 크기보다 이 엄청난 돈이 공장이나 사회간접자본 아닌 「먹고 마시고 노는데」쓰여졌다는데 있다. 이 점에선 우리 나라 외채와 성격이 다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85 회계년도) 의 경우 2천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무역수지 적자는 1천 5백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의 악순환을 도식화하면 미국의 고금리→달러화 강세→달러화의 대미집중→국제 고금리→미국의 무역적자→미국의 수입 규제로 나타난다.
우리 나라 경제는 바로 그 연계철선 위에 놓여 있다. 미국이 스위치만 누르면 폭발의 여진은 우리 나라를 흔들고도 남음이 있다.
남미의 외채 위기 또한 우리와 무관한 얘기가 아니다. 그쪽의 외채 모러토리엄(유예)이나 부도선언은 세계 금융공황을 몰고 올 위험도 없지 않다. 「슈미트」의 얘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고 우리 경제현실의 단면이기도 하다.
오늘 미국과의 무역마찰도 그런 시각에서 우리 나라는 현명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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