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저작권 사용료 연 100억 예상" | 내국인 통해 등록해야 보호 대상 | 도서·영화·건축 등 적용…소프트웨어는 제외 | 출판사간의 과당 경쟁 우려, 대책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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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국 저작물 보호에 관한 임시 조치법」이 성안되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우리 출판계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대한 출판 문화 협회 회장 임인규씨에게 이 법안의 개선점과 시행될 경우의 문제점 등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주)
-이번 임시 조치법 마련의 의미와 주요 골자는 무엇입니까.
▲우선 국제 저작권 조약 가입에의 압력을 벗어나고 직접 가입하는데 따르는 국내 출판계의 충격을 완화하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외국인의 저작권을 한국인을 통해 보호하고 제정 이용 승인 제도를 만들어 외국 저작권자와 계약이 성립되기 전에라도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내에서 번역·복제 출판을 가능하게 한 것이 골자로 생각됩니다. 외국인 저작권을 무조건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을 통해 등록되어야 보호된다는 것이지요.
-법안에 대해 출판계 대표로서의 의견은.
▲지금이 외국 저작권을 보호할 시기라고는 판단되지 않읍니다. 그러나 보호 압력이 거세여서 보호가 불가피하다면 현 단계로서는 적절한 보호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유중국이 금년 7월 국내 입법을 통해 번역은 보호하지 않고 복제만 보호하기로 했는데 우리도 가능하다면 우선 복제에 대한 보호를 하고 번역에 대한 보호는 다음 기회에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바람은 있읍니다.
-보호해야 할 저작물은 어떤 것입니까. 소프트웨어도 포함됩니까.
▲소프트웨어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 저작권법에 명시된 저작물인 문서·연술·회화·조각·건축·사진·악곡·음반·영화·도서 등이지요. 소프트웨어는 아직 국내 저작권법에 포함되지 않았읍니다.
-임시 조치법이 시행되면 출판계에 큰 변화와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생겨날 것으로 보이는군요.
▲우선 연간 1백억원 내외의 저작권 사용료 부담이 생겨 출판계가 힘겨워질 것입니다. 또 출판사간의 경쟁도 심해질 것 같습니다. 군소 출판사보다는 대형 출판사가 유리해지겠지요.
-국내 출판사간의 과당경쟁은 피해야할 것 같읍니다.
▲저작자와의 사용료 요율 경쟁이 심해질 것입니다. 사용료 요율 심의 등을 통해 신중하게 조절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용 요율은 어느 정도 입니까.
▲계약에 따라 다릅니다. 국제 통례로는 번역 사용료는 정가의 6%, 복제는 15%까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의 경우를 적용하여 대폭 낮추어야 할 것입니다.
-출판계에서는 번역 3%, 복제 5%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낮추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공시의 규정은 무엇입니까.
▲외국인 저작자와 정식으로 계약을 한 국내 출판사는 물론 공시에 따라 보호됩니다. 그러나 계약을 위한 노력을 했는데도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일정한 사용료를 공탁하고 출판을 할 수 있는데 이때도 공시에 의해 그 출판사를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그 공시를 거친 출판사만 번역·복제를 할 수 있읍니다.
-공시는 어떤 기관에서 하게 되는 것입니까.
▲법원에서 하게 될지, 관리 위원회에서 하게 될지는 앞으로 결정되어야겠지요.
-흔히 금서라고 말해지는 저작물의 경우 저작권자와 계약을 하더라도 공시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날 우려가 없겠습니까.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공시 의무자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즉시 공시해야 합니다.
-번역·복제를 독점하려는 경향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점을 우려하여 이번 법에는 번역의 경우 공시된 후 1년 이내에, 복사는 6개월 이내에 출판하지 않으면 권리를 상실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출판사가 수많은 계약을 미리 독점하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계약에 따른 경비 등의 문제로 대중 인기 물의 번역이 범람하지 않겠습니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판업자들의 양식이 발휘되어 좋은 책이 번역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법으로 국내 출판에서 개선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노벨 문학상의 경우를 예로 듭시다. 여러 출판사에서 내놓아 낭비가 많았습니다. 중복 출판이 없어질 것입니다. 또 좋은 책을 낸 출판사가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여 영세성을 벗어날 수 있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이미 출판된 책에 대한 사용 계약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법이 공포된다면 실시되기까지 1년 동안에 많은 책의 번역이 이루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출판인으로서 이 법에서 보완되어야겠다고 느끼는 점은….
▲벌칙에 체형 규정이 있는데 그것은 벌금으로 대치되는 것이 좋겠다고 봅니다. 공시 요건으로 외국인 저작자와 협의한 증거 및 그 사실을 증명하게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소정의 사용료를 내고 공시 절차를 거치고 1년 이내에 저작자와 정식계약을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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