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내 증시 영향 적다더니…빗나간 예측에 당황한 증권가 리서치센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가 진행되던 24일 오전.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공개한 리서치 보고서의 제목에 자주 쓰인 단어는 영국의 EU 잔류를 뜻하는 ‘브리메인(Bremain·영국 국민투표 부결)'이었다.

투표 직전 영국 현지 여론조사에서 조사기관에 따라 EU 잔류와 탈퇴의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 했음에도 이날 보고서에선 탈퇴보다는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많은 리포트에 “영국의 EU 잔류가 확정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국내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리포트가 공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투표 결과는 브렉시트로 나왔고 국내 코스피 지수는 3%넘게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국내 증권가도 분주하게 만들었다.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많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브렉시트보다 브리메인 가능성이 크다"거나 "설령 브렉시트가 이뤄져도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빗나간 예측을 내놨기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가 국내 증시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의견을 담은 보고서에는 국내 증시가 곧 반등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다. A증권사에선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영국과 EU간의 협상 범위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브렉시트 현실화까지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탈퇴를 해도 리스크 완화를 통한 주식시장 반등에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심지어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낸 보고서도 있었다. 한 대형 증권사에선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주식 비중 확대전략은 늦은 대응”이라며 “브렉시트 결과를 본 이후 주식 비중에 대해 결정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주식비중을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결정되고 그 여파가 24일 오후 국내 증시를 뒤덮자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일제히 관련 회의를 열고 향후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을 논의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당분간 코스피의 급락이 불가피하다며 최악엔 1800선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코스닥 지수나 기업 신용평가 분야에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다 보니 몇 년 전부터 보수적 전망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특히 브렉시트와 같은 국제 이벤트의 경우 정보 네트워크가 좁아 예측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브렉시트 가결로 충격이 크겠지만 EU와 미국 등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정책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 주식시장은 단기 급락 후 낙폭을 빠르게 만회할 것”이라며 “아직 예측이 틀렸다고 보긴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