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사 옥중 집필한 영한사전 일부 유고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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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승만 전대통령이 옥중에서 집필한 영한사전 친필유고가 17일 가족들에 의해 공개됐다.
이박사의 유고는 45년 연세대 나건석교수 등이 대학재학시절 일본의 영일사전을 번역해 만든 최초의 영한사전보다 40년 앞선 것으로 국내 어문학계에서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이박사의 유고는 아들 이인수씨(55·명지대 정치학교수)가 지난 69년 청와대로부터 이박사의 다른 유품과 함께 되돌려 받아 보관해 온 것이다.
16절지보다 약간 큰 갱지를 1백여장씩 묶어 한권으로 만든 이 유고는 이박사가 21세때 서재필박사가 이끌던 협성회에 가담, 『외세배척』 『주권수호』 등을 외치며 정치개혁을 주도하다 2년 뒤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생활을 하며 옥중에서 펴낸 것.
유고 1권 표지에는 붓으로 「영한사전 필사본」 (The Transcript of An English-Korean Dictionary)이라고 영어로 씌어있고 2, 3권에는 각각 1903년12월4일과 1904년7월30일 등 집필날짜와 날짜밑에 「감옥수」라고 영어로 표기돼있어 옥중에서 집필한 것을 나타내고 있다.
1페이지에 8∼10단어씩 모두 2천여 단어로 돼있는 이 유고는 A군에서 F군까지 진행되다 중단됐는데 이박사가 1904년 개화파의 집권으로 풀려나면서 도미해 바쁜 독립운동 생활을 하면서 나머지부분을 미리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박사는 배재학당 재학시절 영어에 뛰어 난 재질을 보여 미국인이 세운 제중원에서「파이팅」부인의 한국어강사를 하며 영어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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