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금속활자인쇄소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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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청주=임재걸·조강협기자】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약칭직지심경)을 인쇄한 곳으로 기록돼 있는 고려흥덕사의 절터가 충북 청주시운천동에서 발견됐다.
청주대 박물관팀(관장 김영진·국문과 교수)은 지난 9일 청주시운천동의 옛 연당리 한 절터를 발굴하다가 「서원부흥덕사…금구일좌…시주」라는 명문이 새겨진 금구(절에서 쓰는 쇠북)의 조각을 발견했다.
박물관팀은 이 금구에 나타난 서원부가 신라말기부터 고려초기(6대 성종)까지 청주의 지명이므로 이 절터가 늦어도 고려초기에 세워진 흥덕사절터임을 확인하는 한편 현재 프랑스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직지심경 하권에 「직지심경이 1377년 고려우왕 3년 청주근처 흥덕사에서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절터가 바로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로 직지심경을 인쇄한 흥덕사절터임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청주대박물관팀의 이번 흥덕사절터 발견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구텐베르크보다 80년 앞서 금속활자를 이용, 직지심경이 인쇄됐다는 사실만 알뿐 인쇄된 장소를 찾지 못했던 학계는 큰 개가를 올리게 됐다.
청주대박물관팀은 또 금구가 발견된 절터에서 7∼8m 떨어진 곳에서 도가니 등 금속활자 구조와 관련되는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나오는 장소를 발견하여 이에 대한 조사를 하고있다. 이 장소는 기록에 나타나는 흥덕사의 주자시(활자만드는 곳)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흥덕사절터가 발견된 청주시운천동 일대는 83년부터 토지개발공사가 택지조성을 위해 택지정리를 하고있던 곳으로 청주대박물관에서 지난 7월20일부터 긴급구제발굴에 착수했다.
청주대 박물관팀이 이 일대가 신라시대 사적비가 나오고 절터임이 확인된다는 점을 강조하여 택지조성을 중단시키고 발굴작업을 해왔다.
문공부는 흥덕사지를 곧 사적으로 지정, 보호 조치하고 절터에「세계최초 금속활자주조소」라는 기념비도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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