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머니, 보안·로봇 등 성장 산업 꼭 집어 투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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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18면

정보기술(IT) 장비업체를 경영하는 40대 후반의 A씨는 IT와 인공지능,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에 5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자산의 20% 정도를 신성장 산업에 직접 투자한 것이다.


수퍼리치(초고액자산가)들의 스마트머니가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나 브릭스 등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집중됐던 해외 투자가 산업(섹터)을 겨냥한 표적 투자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핵심 기업 투자에 나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식어가는 세계 경제다. 세계은행(WB)은 이달 6일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4%로 하향 조정했다. 1월(2.9%) 전망치보다 0.5% 포인트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1월의 3.1%에서 2.8%로 낮춰 잡았다. 선진국의 경제 위축과 낮은 원자재 가격, 글로벌 교역 약화 탓이다.


자금의 이동은 수치로 드러난다.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삼성증권 SNI사업부가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전체 자산에서 0.4%에 불과하던 해외 펀드 비중은 올들어 8.6%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출시된 ‘삼성픽테글로벌메가트렌드’와 ‘삼성픽테시큐리티’ 펀드다.


스위스 픽테 자산운용이 굴리는 두 펀드는 신성장산업에 집중해 투자한다. 메가트렌드 펀드는 농업과 수자원·목재, 보안 등 글로벌 메가트렌드(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변화)를 분석해 투자한다. 지난해 12월 설정돼 135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18%다. 시큐리티 펀드는 보안에 집중 투자한다. 전자결제 관련 사이버 보안을 비롯, 약품의 안정성 테스트와 관련한 바이오 업체까지 망라한다. 올 2월 출시된 뒤 6.9%의 수익을 내고 있다. 로봇 산업에 특화한 펀드도 올 3월 사모로 설정돼 운용하고 있다. 조만간 공모펀드인 ‘삼성픽테로보틱스 펀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60대의 B씨는 시큐리티 펀드에 2억원을 투자해 10%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 달러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환노출형에 가입한 것이 주효했다. 로봇 관련 사모펀드에도 1억원을 넣었다.


신성장산업의 과실을 노린 투자 상품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 헬스케어전문 운용사가 굴리는 ‘한화글로벌헬스케어’ 펀드는 제약과 의료기기 업체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있다. IT 업체 묶음도 있다. ‘피텔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는 시스코와 구글 등 전 세계 우량 IT 업체를 편입했다. ‘NH아문디글로벌실버에이지펀드’는 고령화 사회에 초점을 맞춰 ‘실버 경제’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스마트머니는 통화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한 위험 분산과 수익도 노리고 있다. 외화예금이나 ETF 등을 활용해 현금을 미국 달러와 일본 엔 등에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경 삼성증권 SNI사업부 상무는 “초고액자산가들의 경우 기대 수익은 낮추고 헤지펀드부터 주식, 해외 펀드를 비롯한 각종 통화 등을 편입해 위험을 분산하는 영리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인수·합병(M&A) 등에 집중하는 펀드가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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