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6명의 시조모임 동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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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 주름 소나기에/간담이 서늘터니 동녘 하늘높이/남북 잇는 쌍무지개….』
홍정수씨(60)가 준비해온 『쌍무지개』를 낭송하자마자 추양자씨(44)가 몹시 아쉬운 표정이 된다. 『그건 내가 꼭 한번 쓰려던 소재였는데….』 그러자, 여기 저기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주부 6명이 모여 시조를 배우고 익히는 동청회 정기모임이 시작된 것이다.
81년 중앙문화센터 시조강좌 제1기 수강생이었던 이들이 함께 모이게 된 것은 강좌를 끝마치면서 제출한 작품이 「중앙시조」에 실린 인연 때문. 이후 매월 첫째 수요일을 정기모임일로 정하고 4년째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한달 동안 집에서 써온 시조를 가지고 나와 각자 발표하고 이에 대해서로 평을 해준다. 또 집에서 읽었던 기성작가의 작품 가운데 좋은 것을 소개, 함께 감상의 기회를 갖기도 한다.
『서로의 작품에 대해 어찌나 날카롭게 평을 하는지 서로 겁날 지경』이라는 게 홍정수 회장의 귀띔. 그 때문인지 회원 중 추양자·염금련 두 회원이 추천을 완료, 정식작가로 등단했고 『홀로 듣는 바람소리』(추양자), 『그리움이 밀릴 때』(신법희) 등 시조집을 낸 회원도 있을 정도.
문학소녀의 꿈을 시조로 달래게 됐다는 유영애씨(⑿)는 『이전에는 짜증스럽게만 느껴지던 살림살이가 생활시조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됐다』며 웃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시조로써 풀게됐다는 추양자씨는 『이기적이던 집안분위기가 서로 돕고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아이들은 물론 남편까지도 웬만한 시조는 척척 욀 정도』라고.
그간 모아온 회비로 올 겨울에는 기필코 동인지를 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동청회회원들은 장소만 마련되면 늦가을엔 낭송회도 가질 예정이다.
회원문호는 개방돼 있는데 회원의 추천을 받아 전원 찬성을 얻어야하며 지금까지의 회비 중 3분의1을 내야한다. 전화(722)39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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