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없어진 「은행순환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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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명성사건을 계기로 각 은행에 강제 실시돼오던 순환근무제가 사실상 없어지게 됐다.
순환근무제가 실시된 것은 명성사건당시 수기통장이라는 교묘한(?)방법에 의해 당시 상은혜화동지점대리이던 김동겸씨가 거액의 자금을 조성했고 그럴 수 있던 배경이 김대리의 뛰어난 (?) 예금동원능력때문에한자리에 5년넘어 놔둔것에서 비롯됐다는 판단때문.
순환근무제는 처음이야 서슬퍼런 분위기때문에 꼬박꼬박 지켜겼지만 대형 창구사고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라는 목적에는 합당합지 몰라도 업무상 적잖은 부작용이 생기면서 차츰 은행의 「해제건의」 가 나왔고 은행감독원으로서도 2년정도를 무사히 넘기고 있는점등을 감안, 「자율화」 라는 명목으로 근무배치를 각 은행에 일임케된것.
지금까지는 순환근무제에따라 전산기술자등 극히 일부를 빼놓고는 누구든지 한점포에 2년이상 있을수 없고 더우기 동일한 업무는 6개월이상 맡아볼수가 없었다.
이러다보니 업무를 익힐만하면 사람을 바꿔야하고 또 일반영업점도 거래선 관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되었다.
한 은행관계자 말마따니 전화목소리만으로도 누구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고객관리에 큰 차이가 있게 마련.
결국 순환근무제는 이런저런이유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만셈.

<70년대 많이 뽑은탓>
그러나 요즘 은행의 인사문제중 진짜 골칫거리는 승진과 신규채용.
시중은행이면 직원이 8천명이 넘는 규모인데 10명 안팎정도인 임원은 차치하고라도 부장급도 해외사무소까지 합쳐 2백명이채 못되는 상태.
게다가 70년대에 뽑아둔 인원은 많아 인사적체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상태다.
예전같으면 대학졸업후 일반행원으로 들어가면 대리4년, 차장5∼6년등 10년이면 차장까지는 승진할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대리승진부터 어려워 대리까지 5∼6년, 차장은 다시8∼9년이 걸려 입사후 차장이 되려면 15년정도 걸리는 상황.
밖에서는 감량경영을 촉구하고 그렇다고 은행같은 「안정된 직장」 에서 제발로 나가는 사람도 없고해서 인사체증은 날로 더해가는 실정.

<올 채용은 11월예정>
또 하나의 문제는 80년대 들어 불어닥친 감량경영에 따라 신규채용이 거의 중단되고있다는것.
5개 시은중 서울신탁 제일 한일등 3개은행만이 지난해 신규채용을 했을뿐 조흥 상은은 뽑지를 못했다.
또 지난해 신규채용을 한은행도 ROTC특채등을 빼면 20∼30명정도를 뽑아 「시늉」에 그쳤고 그나마 1∼2년씩 안뽑다 작년에 처음뽑은 경우도 있어 입행의 문은 극히 좁아진 셈이다.
올해도 얼마를 뽑느냐는문제가 아니라 과연 뽑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는 상황이다.
감량경영이란 전제가 아직 살아있는데다가 정부에서도 인건비를 절약하여 부실화된 경영을 호전시키기 위해 될수있는한 자연감소인원에 대한 보충이상을 뽑지않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에서는 이처럼 신규채용이 오랜기간 거의 단절될경우 장기적으로 뒤따를 후유증에 대해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지금이야 큰 탈이 나타나지 않지만 5∼10년이 지나면 중견행원에 공백이 생겨 업무에 차질이 있지 않겠느냐는 문제인 것이다.
여자행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요즘은 결혼후에도 퇴직하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않아 신규채용은 더더욱어려운 상태다.
간혹 결혼등의 이유로 퇴직하는 경우가 생겨야 그자리를 메우는 정도가 고작.
과거처럼 여상졸업생들을 대량 추천을 받아 채용하는 일은 아예 없어졌다.
올해 은행의 대졸사원채용은 11월에 있을 예정. 아직 규모등은 짜여져있지 않지만 채용방식은 대부분추천-면접의 코스를 예정하고 있다. 거의가 3배수추천을 받아 뽑는다.

<대졸초임 35만원선>
은행원의 봉급은 지난해 인상으로 나아진편. 식대와 수당등을 합할경우 대졸초임이 35만∼36만원정도로 일반 대기업체보다 다소 많은 편이고 보너스도 체력단련비 2백%를 합해 연8백%로 괜찮은편.
문제는 들어갈 문이 좁아졌고 또 들어가도 층층시하로 승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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