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90년대엔 한국이 일본을 앞선다|미 미래학연구기관「세트론」사장의 전망|워싱턴=장두성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90년대가 되면 일본의 경제성장세는 내리막길로 들어설 것이며 자동차업계는 한국이 일본을 능가하게 되고 미국이 다시 세계경제의 리더로 군림하게 될것이라고 미국 미래학 연구기관 포캐스팅 인터내셔널사의 「마빈·세트론」사장이 전망했다.
「세트론」사장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경제의 오늘과 내일 및 전환기』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이런 진단을 내렸다.
다음은 「세트론」사장의 이날 연설문과 이달중에 출간예정인 그의 최신 저서 『미국 기업의 미래-세계 경쟁속의 미국』중 관련 부분을 간추린 것이다.
미국 산업은 4I, 즉 아이디어, 인벤션 (발명), 이노베이션(개량) 및 이미테이션(모방)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는 아이디어가 없다. 그래가지고는 범세계적으로 경쟁하지 못한다.
일본은 미국의 집적된 정보자료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트랜지스터·반도체·레이저광선·로보트- 이런것 모두 미국것이었다. 그 기술을 줘버리고 이제와서 미국이 왜 경쟁력이 없는가 의아해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1990년이 되면 미국은 리더로 다시 부상하고 일본은 2류국으로 전락한다.그때까지 큰변화가 올것이다.
요즘 자동차의 평균 수명은 7.5년이다. 그러나 1990년이 되면 플래스틱과 세라믹을 써서 차수명은 22년이 된다. 22년마다 새차를 팔수 있게 되면 누가 자동차 산업을 탐내겠는가?
그때가 되면 세계에는 두개 내지 세 개의 자동차 생산국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한국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일본을 밀어낼것이고 중공은 홍콩의 양복상들을 파산시킬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자료를 보면 그런 전면적인 변화가 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이 왜 90년대에 가서 2류국가가 되는가는 미국에 중요하다. 우리가 이용할 무엇이 있는가 찾아봐야 되는데 보면 뭔가 잘못되어있다. 예컨대 품질관리 개념도 미국에서 나온것이지 일본이 창안한것이 아니다. 일본기업의 경영참여 개념은 응용할수 없는 것이다. 경영참여개념이 일본에서 실시될수 있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같이 일하기 때문이다.
기업중에서 제일 먼저 망하는 회사는 「시키는데로 하지않으려면 나가라」고 하는 독재형회사다. 두번째로 쉽게 망하는 회사는 경영참여형 기업이다. 모두들 끌어들여 의견을 말하게하고 투표로 결정을 한다. 그래서는 망한다.
성공하는 회사는 협의형이다. 이런 회사는 기업의 장이 모든 사람들을 불러들여 아이디어를 얻고 최종 결정은 장이 하는 것이다.
일본식 경영참여형태는 큰문제를 안고있다.
다음은 자원의 문제다. 일본은 에너지의 96%를 수입하고 있다. 2000년이 되면 98%를 수입해야 될 것이다. 철광석·티타늄·동·보크사이트·크롬 등 희귀자원은 87%를 수입해야 된다. 일본은 호주에서 이것들을 수입한다.
2000년대에 세계 최강의 나라는 호주가 될 것이다. 호주는 농업과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교육수준이 높고 인구문제가 없기 때문에 미국을 능가할 것이다.
일본은 또 식량의 27%를 수입하고 있다. 쇠고기는 40%, 귤도 40% 수입한다. 그들은 식량의 자급자족조차 못하고 있다.
90년대에 일본은 성장세가 일단 내려간 다음에 다시 안정권에 머무르게 되겠지만 적어도 내다 볼수있는 장래에는 오늘과 같이 세계시장의 지배적 존재로는 일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 것 외에도 ①노년인구로부터 나오는 사회복지 요구의 증가 ②한국을 비롯한 대평양 연안국가들 및 중공으로부터의 경쟁 등을 들수있다.
일본이 그와같은 쇠퇴기를 피하려면 기술혁신에 능해야된다. 그런 능력은 확실치 않지만 아직은 기술혁신을 못할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한국의 경제는 앞으로 수년간 계속 꽃을 피울 것이다. 그러나 한국도 90년대에 가면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의 성장속도는 태평양 연안국의 다른 후발 개도국들이 경쟁력을 점점 강화함에 따라 늦추어질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바탕이 되었던 섬유와 경공업분야에서 자본집약적,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한국인들은 그들의 목표가 일본 수출입의 일부를 점유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한국의 노년층의 대부분은 일제시대때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처우한 전력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이에대한 복수를 함에있어 미국의 도움을 바라고있다.
예컨대 삼성·현대·대우 등 전자회사들은 미국의 회사들과 합작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중동건설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자동차업계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중동서의 타격을 극복하고도 남을것이다. 그러나 한국도 원자재의 부족이 고질로 남아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