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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최정상이, 피아노 천재 만나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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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6 면

최정상과 최신예의 만남, 기돈 크레머와 뤼카 드바르그의 듀오 리사이틀이 12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현재 세계를 대표하는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기돈 크레머가 한국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여는 것은 마르타 아르헤리치와의 리사이틀 이후 무려 22년 만의 일이다. 그 동안 그의 연주는 앙상블 혹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는데, 첨예한 음악 만들기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리사이틀이 오랜 동안 부재했기에 이번 공연이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아쉽게도 4위를 차지했지만 스타 연주자로 급부상한 프랑스의 젊은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가 거장과 파트너십을 이룬다. 크레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들과 앙상블을 이루곤 했다. 2011년 콩쿠르의 우승자인 다닐 트리포노프와 앙상블을 이룬 뒤 이번에는 드바르그의 천재성을 간파하고 그를 듀오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1947년 라트비아 출신의 크레머는 러시아 바이올린 악파를 대표하는 세기의 비르투오소다. 고전적인 위엄은 물론이려니와 초절기교를 수반하며 파가니니 같은 광기를 발산했다. 20세기 후반 고전음악의 메인 스트림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바 있는 그는 50세를 전후해 상상치도 못한 새로운 음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크레머라타 발티카라는 쳄버 앙상블을 직접 창단해 탱고와 같은 라틴음악과 발틱해의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민속음악에 열정을 쏟는 한편, 러시아와 동유럽의 현대 작곡가들 및 영화음악, 연극 및 퍼포먼스 음악 등등 예술성을 담보한 다양한 예술장르의 음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또 메이저 레이블을 떠나 ECM이나 Nonesuch 같은 독립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하며 음악 청중의 폭을 급속도로 확장시켜 나갔다. 그에게 있어서 음악은 한계가 없는 자유로움 그 자체다.


이렇게 고전예술을 넘어 음악의 새로운 영역을 탐험해 나아가는 크레머 못지않게 드바르그 역시 일반적인 기준을 뒤로 하고 천재의 영감으로 비견할 만한 독창적인 피아니즘을 구사하는 피아니스트다. 2015년 6월 29일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볼쇼이 홀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 파이널 라운드에서 그가 연주하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을 수 있었는데, 부드러운 첫 도입부부터 정형화된 피아니스트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내 범상치 않은 터치와 파격적인 해석, 폭발적인 다이내믹으로 청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1990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연습하다가 러시아 출신의 명교수 레나 셰레쉐프스카야의 추천으로 파리의 ‘알프레드 코르토’ 에콜 노르말에서 2010년부터 수학,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준비했다. 비록 상위권에 입상하진 못했지만 그의 천재성과 스타성을 알아본 청중과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이번 대회 최대 수혜자이자 월드스타로 떠오르며 자신의 천재성에 어울리는 정당한 위치를 얻게 된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바인베르그의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과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피아노 독주),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소나타 G장조와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G장조를 연주한다. 프랑스와 러시아를 오가는 이들의 이번 내한 듀오 리사이틀을 통해 창조적으로 음악세계를 발전시키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는 열혈 음악적 모험가들이자 차이콥스키 콩쿠르 신구 수상자들(크레머, 1970년 바이올린 1위)의 나이를 초월한 황홀한 만남을 기대해 본다. ●


글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suthhaus@naver.com, 사진 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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