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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왕’ 시켜줄게, 우리 팀에 와줘 즐라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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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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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건너가면 ‘왕의 남자’가 될 수 있다. 독일로 향하면 직접 왕위에 오를 수도 있다.

독일축구 4부리그 팀 오버하우젠
“군주제 도입해 도시의 왕으로 추대”
모리뉴가 이끄는 맨유 이적 유력

유로 2016 본선 개막을 앞두고 ‘바이킹 군단’ 스웨덴의 간판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사진)의 거취가 축구팬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올 여름 파리생제르맹(프랑스)과의 계약이 끝나 FA(자유계약선수)가 됐다. 프로무대에서 677경기 392골, A매치에서 113경기 62골을 몰아넣은 특급 공격수가 매물로 나오자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 언론은 이브라히모비치가 러브콜을 보낸 여러 빅 클럽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남다른 친분을 유지 중인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53·포르투갈) 감독을 도와 플레잉 코치로 뛰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수퍼리그 진출 또는 스웨덴 명문클럽 말뫼 유턴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그 와중에 독일 서부 소도시 오버하우젠을 연고로 하는 4부리그 축구팀 로트-바이스 오버하우젠이 이브라히모비치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2일 2년 계약을 제시하며 “우리는 고액 연봉 대신 아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겠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는 설명과 함께 6가지 사항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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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제작된 ‘이브라히모비치 왕’ 유니폼(오른쪽 사진). [사진 오버하우젠 SNS]

오버하우젠의 공약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지역 특산 맥주 ‘쾨니히 필스너(Konig Pilsner)’의 명칭을 ‘이브라히모비치 필스너’로 바꾸겠다는 제안은 시작에 불과하다. 오버하우젠은 또 즐라탄을 잡기 위해 ▶지역 공연장 ‘에베르트바드’에 물을 채워 전용 수영장으로 제공 ▶경기장 관중석 의자를 이케아(스웨덴 가구회사) 제품으로 교체 ▶경기장 내 먹거리를 독일식 소시지구이 대신 스웨덴 음식으로 변경 ▶전기 무료 제공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밖에도 오버하우젠은 군주제를 도입해 이브라히모비치를 왕으로, 모델 출신 아내 헬레나 시거(46)를 왕비로 추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단측은 “모든 공약은 팬들의 동의를 거친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3일에는 ‘이브라 왕(king ibra)’이라는 이름과 등번호 1번이 새겨진 유니폼도 공개했다.

빅 클럽에서부터 동네축구팀까지 다양한 이적 조건을 제시받은 즐라탄은 느긋한 모습이다. 그는 “나와 관련한 이적설 보도는 잘 읽고 있다. 누가 가장 재미있는 이적 기사를 쓸 지 궁금하다”며 “읽는 게 지겨워지면 그 때 어디로 갈 지 알려주겠다”며 의중을 감췄다. 7일에는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해 취재진을 불러모은 뒤 자신이 만든 의류브랜드 ‘A-Z’ 홍보 행사를 진행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한국과 태권도를 좋아하는 친한파 스타다. 비행 청소년으로 지내던 어린 시절 태권도를 수련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해 축구스타로 거듭났다. 17세에 검은 띠를 딴 그는 축구 경기 중 태권도 기술을 연상시키는 고 난이도의 발차기 동작을 종종 선보인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즐라탄은 1m95cm, 95㎏의 건장한 체격,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연성을 갖췄다. 이런 장점은 태권도에서 나온 것”이라 소개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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