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저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조7천8백62억엔. 우리 돈으로 환산해서 6조4천3백32억원쯤 된다.
그것이 일본 전국의 어린이 저축총액이다. 심장 약한 이는 그만 입을 벌리고 다물 줄 모를 지경이다.
일본에선 유치원부터 중학생까지의 어린이 푼돈의 약 4%가 저금된다고 한다.
「슐츠」미국무장관은 4월 프린스턴대학에서의 강연에서 일본의 개인저축률이 30%를 넘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에 내수확대를 요구했다.
일본의 저축률은 이 정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경제기획청의 「국민경제 계산연보」를 보면 정부와 민간기업 가계 등의 저축은 83년에 44조6천4백31억엔이었다. 국민 가처분소득에 대한 저축률은 18.8%로 돼 있다.
그러나 「슐츠」는 「국민경제 계산연보」의 총축적 84조8천1백38억엔을 들어 주의를 환기했다. 그때 GNP에 대한 저축률은 30.4%였다. 7월31일자 아시안 월 스트리트저널지도 1면 머리기사로 일본인과 미국인의 저축 습관을 다루면서 투자하고도 남아도는 일본의 저축률에경탄을 보냈다.
대만의 국민저축률도 30.4%나 된다. 그에 비해 우리의 국민저축률은 84년에 26.5%, 85년엔 28.6%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목표는 의욕적인 것이지만 불가피한 것이다.
그만한 저축률 증가를 이루지 않고는 우리가 살아 남기 어렵게 된 것이다. 4백34억달러의 외채를 갚으면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그건 어쩔 수 없는 목표다.
엊그제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조세정책방향』의 주장도 그래서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증권저축을 포함한 가계저축에 대해 포괄적인 비과세제도를 실시하라』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저축의 유인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금리가 높거나, 그렇지 않으면 저축에서 세금을 떼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산층과 소시민의 소액가계저축에선 세금을 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런 유인이 거의 없다.
한은에 따르면 한때 증가를 보였던 자유저축 등 신종 금융상품의 예금증가세가 오히려 6월이래 계속 둔화되고 있다. 저축증가의 전망이 흐리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인플레 요인 때문에 금리는 올릴 수 없지만 소액저축에 세금만은 비과세 돼야겠다.
일본과 대만은 국내저축만으로 투자를 충당하고 남았다.
일본과 대만의 가계저축률은 13%를 넘었다. 우리는 9.5% 소시민의 저축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새삼 아쉬워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