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여교사 취하자 남자 3명이 범행 결심한 듯"…성폭행범들 10일 검찰 송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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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이 여교사가 취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경찰이 결론 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9일 "여교사를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로 신안군 흑산도 주민 박모(49)씨 등 3명을 10일 구속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일 구속돼 목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다.

흑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씨 등은 지난달 21일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아온 이 섬 초등학교 여교사에게 술을 권한 뒤 취하자 관사로 데려가 22일 새벽까지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다. 이들은 모두 유치원생 또는 초등생·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다.

술자리를 함께 했던 박씨와 이웃 이모(34)는 21일 오후 11시쯤 30초 간격으로 각자 차를 운전해 관사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술에 취한 여교사를 관사에 데려다줄 것처럼 차에 태웠다. 또 다른 피의자인 김모(38)씨도 약 30분 뒤 차를 운전해 관사로 간 뒤 범행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이들이 차례로 차를 몰고 관사로 향한 점, 세 피의자가 한 명씩 순차적으로 관사에 들어간 점, 범행 전후 전화 통화를 했던 점 등을 토대로 범행에 대한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해 여교사도 "박씨와 이씨가 관사로 출발하기 전 식당 앞에서 뭔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피의자 중 한 명인 김씨의 경우 2007년 1월 21일 대전시 서구에 사는 당시 20대 여성의 집에 들어가 성폭행을 한 사실도 이번 수사 과정에 드러났다. 이 사건은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범인의 유전자(DNA)만 채취·보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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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들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여교사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오후 1시30분쯤 피의자들의 얼굴을 가린 채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3명의 피의자 진술에 차이가 나는 등 거짓 진술을 하며 공모를 부인하고 있다"며 "여교사가 술에 취한 무렵부터 차례로 성폭행하려는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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