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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저작권도 작사·작곡처럼 법적 보호 틀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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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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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된 조훈현 9단은 “실력 있는 선수 양성, 국내외 보급 활동, 프로기사 처우 개선 등 바둑계에 시급한 사안들이 많다”며 “앞으로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프로기사 시절부터 생각해 온 바둑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은 ‘1호 법안’으로 바둑진흥법 제정안을 준비 중이다. 조 9단은 바둑진흥법에 대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전화통화를 통해 바둑진흥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바둑진흥법 발의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과거 바둑진흥법이 국회에서 논의됐다가 보류된 적이 있다. 이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프로기사 시절부터 생각했던 바둑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일부 의원이 바둑 지원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 바둑진흥법 제정안 등을 발의했다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을 통해 개선하고 싶은 바둑계 문제는 무엇인가.
“지난 3월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후 한국 바둑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바둑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보급 사업에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다. 바둑 보급을 위한 지원책 등 보급 활동을 위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기보에 대한 저작권 확립도 시급한 문제다. 노래만 해도 작사·작곡에 대한 저작권이 확실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기보 저작권은 한국기원 차원에서 관리할 뿐 정작 기사 개인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기보 저작권에 대해 법적인 보호 틀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이세돌 9단의 프로기사회 탈퇴 사태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나도 1인자를 오래 했고, 프로기사회에 기전 적립금을 많이 냈기 때문에 이 9단의 주장에 대해 일부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이세돌 9단은 상금을 더 많이 받는 선수들이 더 많은 적립금을 내야 하는 프로기사회 적립금 운용 방침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바둑계 전체로 보면 이 9단의 탈퇴서 제출은 아쉬움이 크다.”
어떠한 면이 아쉽나.
“기전 적립금 등 문제는 바둑계 내부에서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다. 집안 싸움처럼 보이는 문제가 대외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바둑계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후 중흥기를 맞고 있는 바둑계 전체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하루빨리 원만히 마무리되는 방향으로 결론 나길 바란다.”
이세돌 9단의 의견을 바둑계가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프로기사회 정관이 일부 문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세돌 9단의 주장대로 다 뜯어고쳐야 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이세돌 9단의 주장은 말 그대로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에 불과하다. 문제 되는 것은 프로기사회에 안건을 상정해 조금씩 조율해나가면 된다.”
앞으로 바둑계를 위해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
“프로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싶다. 일부 톱 랭커를 제외하고 나머지 프로기사들은 생계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4대 보험도 적용이 안 되고 연금이나 퇴직금 혜택도 없다. 이에 따라 프로기사회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온 것인데 이세돌 9단의 탈퇴로 잡음이 생긴 것이다. 향후 비슷한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전체 프로기사들을 위한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싶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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