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30년 새 반 토막…미곡처리장 도산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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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일 오후 충북 옥천군 청산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Rice Processing Complex). 1996년 세워진 이곳은 매년 수확기 때 인근 농가에서 2000t가량의 벼를 매입해 ‘청산별곡’이란 이름의 브랜드 쌀을 생산했다. 사들인 벼는 도정 등을 거쳐 팔아 쌀 수매대금·인건비·전기세 등 운영비로 썼다.

농협 미곡처리장 절반 넘게 적자
정부 “통폐합으로 경쟁력 높여야”

하지만 청산농협은 미곡처리장 운영을 올해 8월께 중단하기로 했다. 적자 때문이다. 신두영 청산농협 조합장은 “쌀 수요는 줄고 쌀 가격이 하락하면서 누적 적자가 32억원까지 늘었다”며 “지난해 가을 벼 40㎏를 4만7000원씩 주고 매입했지만 도정한 쌀값은 20㎏에 4만원 밑으로 떨어져 손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쌀 소비량이 곤두박질치면서 농협 등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미곡처리장들이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이다. 128.1㎏을 먹었던 85년과 비교하면 3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국내 쌀 생산량은 지난해 432만6915t으로 2009년(491만6000t) 이후 가장 많았다. 현재 정부 양곡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쌀은 132만t에 달한다. 산지에서 생산된 평균 쌀값은 수확기인 11월 기준으로 20㎏짜리가 2013년 4만3500원, 2014년 4만1600원, 2015년 3만8000원으로 하락 추세다.

재고량 증가와 국내 쌀 소비 시장 위축으로 미곡종합처리장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미곡종합처리장 수는 224곳(농협 149곳, 민간 75곳)으로 농협 RPC의 57%, 민간 RPC의 5.4%가 적자다. 충남의 경우 미곡처리장 24곳 중 절반이 적자다.

강문규 당진 우강농협 조합장은 “조합원 농가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 RPC보다 1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벼 40㎏ 기준)까지 값을 더 주고 수매하는 것도 경영난의 이유”라며 “RPC가 수확철 넘쳐나는 벼를 매입한 뒤 시장에 서서히 풀어 쌀값 안정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배우용 사무관은 “RPC별 평가를 통해 시설개선 자금을 지원하고 벼 매입대금도 낮은 이자로 빌려줘 경영 개선을 돕고 있다”며 “RPC도 통폐합과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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