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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아 특채’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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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아’ 특혜를 지적한 중앙일보 6월 3일자 1면.

서울시가 구의역 사망 사고와 관련한 후속 대책으로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채용 특혜를 없애기로 했다. 또 사고로 숨진 수리공 김모(19)군이 소속된 하청업체 은성PSD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특권을 폐지하고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구의역 사망 대책
메트로 출신과 하청 직원
422만 vs 144만원 차별 철폐
수리 용역업체 직영도 검토

이날 공개된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가 맺은 계약서에 명시된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轉籍者) 채용 특혜 조항을 전부 삭제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피아의 존립 근거를 뿌리 뽑기 위해 이들의 하청업체 특혜 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관행으로 굳어진 서울메트로 전적자와 하청업체 채용자 간의 ‘차등임금제’도 철폐한다. 이들은 2008~2011년 5곳의 하청업체에 242명이 입사해 현재 143명이 근무 중이다. 그동안 전적자들은 퇴직과 동시에 하청업체에 입사해 서울메트로에서 받은 연봉의 60% 이상을 보장받았다. 매달 평균 422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김군 등 하청업체의 신규 채용 직원들은 144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어려운 근로 조건에서 일해야 했다. 이에 따라 메피아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쥐어짰다는 비난이 일었다. 박 시장은 “경력 및 자격 등에 근거해 객관적·합리적 기준으로 보수 체계를 재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은성PSD의 자회사 전환 추진도 취소됐다.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와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와 관련해 박 시장은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은성PSD부터 우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김군과 마찬가지로 고교 재학 중 취업해 이달 30일로 고용 계약이 만료되는 16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일자리는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 이들을 어떤 형태로든 계속 고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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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PSD 외에 서울메트로 24개 역의 스크린도어를 민간 투자 방식으로 관리하는 유진메트로컴은 협약 변경 및 업무 체계 개선을 통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시는 구의역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민관합동 진상규명위원회도 구성키로 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시민 대표 5명, 노동·청년·지하철·안전 등 각계 전문가 5명, 서울시 공무원 5명 등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해 이번 주부터 조사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이날 박 시장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메피아 문제와는 거리를 뒀다. 그는 “시장으로 취임한 지 5년이 지났는데 메피아 문제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저는 자세히 몰랐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박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을 8일 국회로 불러 간담회를 갖는다.


김지형 전 대법관 위원장 민·관 진상규명위 구성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서울메트로의 관리 부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승강장 안전문 작업 지침이 적절하게 작성됐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지침 자체에 모순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허술한 지침을 만들었다면 업무상 과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지침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실무자와 결재 책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안전문 마스터키 관련 부분이 현실과 맞지 않는 ‘허술한 지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 이후 정비업체에서 직접 관리하던 마스터키를 역무실에 보관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침상으로는 마스터키 관리 책임이 역무실이 아닌 전자운영실에 있다. 역무실에 있는 마스터키를 전자운영실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라는 지침인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 지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구의역 사고 피해자 김군은 역무실에 들러 마스터키를 들고 승강장에 갔지만, 역무실 직원 3명은 김군이 무슨 목적으로 키를 들고 갔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히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작업 상황을 확인하고 감독한 사람도 없었다.

유성운·윤정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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