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 불허”…제동 걸린 박삼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기사 이미지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되찾기’가 벽에 부딪혔다. 금호타이어 1대 주주인 주주협의회(채권단)가 “계열사를 통한 인수를 허락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과 함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를 이루는 양대 축이다.

채권단 “우선매수청구권 양도 안돼”
자체 자금 최대 1조원 마련해야

채권단은 우리은행(14.15%)·산업은행(13.51%) 등을 중심으로 금호산업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은 2010년 금호타이어가 경영난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채권단에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향후 경영정상화 시 주식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달 금호타이어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계열사에 넘긴 뒤 계열사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이러자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일 회의를 열어 “우선매수청구권 약정에 ‘제3자 지정·양도는 불가능하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계열사 양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지난해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때와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회장이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도 금호기업이란 특수목적회사(SPC)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양도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한 금융권이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금호기업에 인수자금을 빌려주는 형태였다. 박 회장의 사재만으로는 인수 자금이 부족한 데 따른 선택이었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에는 제3자 양도 금지 조항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으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현 주가 기준으로 6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인수금액은 최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단은 매각공고를 낸 이후 박 회장 측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공개 경쟁입찰로 전환할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매각공고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