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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밀양 사활 건 유치전 … 후유증 치유책 시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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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호 1 면

#지난 1일 오전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관광버스에서 줄줄이 내린 남녀 40여 명이 ‘동남권 신공항 최적지, 가덕 신공항이 정답이다’고 쓴 플래카드를 펼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부산상인연합회 소속 회원이라는 이들 중 한 명이 “여기가 딱인기라”고 외치자 모두들 “하모(맞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라고 맞장구를 쳤다. 부산역 앞 초량시장의 상인 전종근(68)씨는 “가덕도가 탈락하면 부산에서 아마 폭동이 일어날 낍니더”라고 말했다.


#같은 날 낮 12시. 경남 밀양시 고례리에선 보현박물관 개관식이 열렸다. 밀양은 신공항 후보지다. 박물관을 세운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을 비롯해 문희갑 전 대구시장, 박일호 밀양시장 등 지도급 인사 200여 명이 모였다. 문 전 시장은 축사에서 “고뇌 끝에 결국 결단을 내리는 게 지도자의 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 밀양에서 다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자”고 하자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신공항 입지 발표(24일께)가 임박하면서 영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부산 가덕도를 지원하는 부산과 경남 밀양이 최적지임을 주장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으로 영남권이 두 동강이 났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프랑스 회사(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맡기는 등 정치적 고려는 일절 없이 경제성만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정치 쟁점화돼 버렸다. ‘신공항 전쟁’의 승패는 내년 대통령선거 구도, 정치권의 정계 개편 논의 등에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최경환 의원 등 대구·경북(TK) 출신의 친박계 인사들이 새누리당 내 주류의 중심에 서 있고, 부산에선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의 세가 강한 상황에서 신공항 전쟁의 결과는 새누리당의 분열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부산 가덕도가 탈락할 경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을 전제로 제기되는 ‘충청+TK 연합을 통한 정권 재창출론’을 더욱 강화시키는 외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은 4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밀양 신공항으로 결론이 날 경우 TK와 PK(부산·울산·경남)의 연합 정권이 끝장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26년 중 16년을 집권한 영남 연합정권 해체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부산 가덕도로 선정될 경우 박근혜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TK 지역의 민심 이반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이 급속하게 약해질 수도 있다.


한국지역경제학회 송해안(전주대 교수) 회장은 “공항을 매개로 정보기술(IT)·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변한 차세대 먹거리가 없는 부산과 대구로선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후유증은 치유가 힘들 정도로 심각하고 정치·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계기사 4~6면


부산=추인영·밀양=이철재 기자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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