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미 경제 엉망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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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년반 동안이나「레이건」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오른팔 역할을 해오던「데이비드·스토크먼」전 예산국장(38·사진)이 맹렬히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예산국장 재직시에도 공급사이드 경제정책으로 지칭되는 레이거너믹스를 공격해서 주목을 끌었던 그다. 「스토크먼」은 최근호 포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경제의 최대고민인 재정적자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버렸다』면서 그 결과로『미국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그 요약이다.
재정적자의 누적이 물론「레이건」만의 잘못만은 아니다. 「카터」정권 이후 국방비를 대폭 늘려왔고 민주·공화 양당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80년의 GNP대비 예산규모는 15.7%로「케네디」정권 때의 7.5%의 2배 수준으로까지 불어나면서 적자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레이건」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 것이다. 국방력 증강정책과 함께 소위 레이거너믹스를 내세워 감세정책을 펴나갔다. 의회에서는 행정부의 계획보다 한술 더 떠서 더 많은 세금을 깎아내렸다. 게다가 경기침체의 계속으로 세수는 더욱 줄어들게 되었고 실업증가에 따라 재정에서의 실업수당부담만 갈수록 늘어갔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니 당연히 빚이 쌓여갈 수밖에-.
기회였을 때마다 증세정책을 촉구했으나 재선을 성취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다행히 「레이건」은 무난하게 재선되었고 따라서 이제야 말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
5백억 달러의 적자감축을 목표 삼아 증세계획을 포함해 사회보장부분에 대한 예산삭감 작업을 추진해나갔다. 「레이건」도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번 역시 의회의 일관성 없는 정치적 판단과 대통령의 나약한 리더십 때문에 결국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재정적자가 1천9백억 달러가 넘어설 전망이다.
「레이건」과 그 주변인물들은 진실로 재정적자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했는지 의심스럽다. 그들은 대체로 비인기 종목을 떠맡아 골치를 썩이는 일은 피해갔다. 대통령이나 의회의 용기부족으로 경제는 엉망이 되고만 것이다.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금리와 달러 값을 잔뜩 올려놓았고 이것의 파급효과는 무역적자의 확대를 비롯해 농촌·탄광·각종 제조업체들에까지 번져나갔다.
이제 또 하나의 걱정은 부진한 성장을 부추기기 위해 돈을 풀어댈 경우다. 돈이 풀리면 6개월 정도는 별로 인플레 영향이 없겠지만 내년에 가서는 분명히 인플레가속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게되면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따라서 달러는 급락현상을 나타낼 것이다.
달러의 약세는 물론 수출을 늘려 국제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정적자의 상당한 부분을 메워왔던 외국자본들이 한꺼번에 미국을 빠져나가려는 현상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안은 금리를 더 올리는 것뿐인데 그것은 투자를 억제하는 사태를 초래, 성장이 둔화되고 다시 재정적자를 늘리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고 돈줄을 죄자니 당장의 경기침체와 적자확대가 걱정이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있고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누증에 따른 성장둔화와 경제체질의 약화를 면할 수 없는 처지에 미국경제가 놓여있는 것이다.<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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