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국회-「경제국회」시대를 아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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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부터 8일 동안 열리는 제127회 임시국회는 국민생활과 직결된 경제현안을 다루는 이른바「민생국회」다.
2·12총선후 정치현안을 싸고 여야가 가파른 대결을 벌여 오는 동안 이른바「민생」에 관련된 문제들이 뒷전에 처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의 수출부진과 그로부터 파생한 실업 율의 증가, 소 값 등 농정과 관련된 문제가 어떤 형태 건 국회의 토의와 여과를 거쳐야할 형편이었다. 그런데도 야당에 의해 단독소집 된 지난번 임시회의 파행운영 이라든지, 이번 임시국회가 공동소집에 이르게된 우여곡절을 되돌아보면 순탄한 국회운영에 대한 바람은 한결 절실해진다.
다 아는 대로 민정당이 임시국회를 소집하려한 동기는 원래 학원안정법의 처리에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 영수회당에서 일단 연기쪽으로 결말이 나면서 정국은 대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민정당이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 외에 조세감면규제법 개정안을 다루려던 방침 마저 바꿈으로써 격돌의 요인을 없앤 것도 대화정국의 궤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 안에서 국회를 운영한다는 여야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는 어차피 개헌공방 등으로 파고가 높아질 9월 국회를 앞두고 피차 한숨을 돌리고 전열을 정비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가 열린다고 그 많은 민생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또8일간 이란 회기는 너무 짧은 감도 준다.
그러나 규모와는 관계없이 정부가 내놓은 추경예산안을 진지하게 다루라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믿음은 한층 증폭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기능가운데 「민생」을 다루는 것은 다른 어느 기능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인데도 지금까진 지나치게 정치에 치중되었다는 느낌이다 지금 세계 대부분의 국회는「경제국회」 라고 불릴 만큼 경제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음을 주목해야한다.
정치는 국부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를 떠나서는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조건을 찾아 나간다는 점에서 정치와 경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인 것은 길게 실명할 필요가 없다.
야당으로선 개헌을 비롯해서 88년까지의 정치일정이 당의 진로에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이겠지만 그럴수록「민생」에 관심을 갖고 깊이 연구하는 자세를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국회가 다루게 될 안건의 비중이 꼭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을 어느만큼 성의있고 밀도있게 다루느냐에 모아진다.
한국의 정치적 미래에 대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경제에 대한 관심, 국민생활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쓰다듬어 주려는 진실성이 없으면 아무리 화려한 구호나 캐치프레이즈도 공소한것이 되고 만다.
비록 당장 엔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가는 것이라 할지라도 야당이 계속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나가면 그 자체가 좋은 훈련이고 경험일 뿐 아니라 주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부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9월 정기국회는 중첩된 정치문제로 붐빌 게 뻔하다. 그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도 이번「민생국회」의 알찬 운영은 국민모두의 바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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