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저스 “우주 공장 짓자”…에너지·환경 한 방에 해결할 묘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사 이미지

우주 공장 건설을 제안한 제프 베저스.

지구 온난화, 석유 에너지 고갈 등 인류의 고민 해결을 위해 ‘우주 공장 건설’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주선 태양에너지 무한 이용 가능
지구는 인류의 청정 거주지로 남겨”
나사, 2년 전 우주 3D프린팅 성공
공장 건설자재 현지서 조달 길 터
재활용로켓 수송도 곧 시험단계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민간우주회사 블루오리진의 창업주인 제프 베저스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 기술을 활용한 ‘우주 공장’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팰로스버디스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정보통신(ICT) 콘퍼런스 ‘코드(Code)’에서다.

베저스는 “우리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주 공간을 산업경제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며 “지구는 인류의 거주지역이자 청정한 지역으로 남겨두고 대규모 공장은 우주에 건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는 에너지 자원이 제한적이고 낮에만 태양에너지 이용이 가능한 데 반해 우주에선 24시간 태양에너지를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생필품 생산이나 상업 지구만 지구에 남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사 이미지

우주에서 3D 프린터와 로봇을 활용해 태양광 패널. [사진 NASA]

베저스의 제안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주 탐사 초기부터 인류는 우주 공장의 현실화를 고민해 왔다. 1977년부터 우주제조산업(space manufacturing) 콘퍼런스가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고 유럽 각국과 미국 정부도 우주제조산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베저스도 “다음 수백 년(next few hundred years) 안에 우주로의 대규모 공장 이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우주 공장’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4년 12월 지구에서 보낸 데이터로 우주 공간에서 3D 프린팅에 성공했는데, 이는 3D프린터만 있으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우주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사 이미지

우주선 안테나를 만드는 상상도. [사진 NASA]

또 베저스가 세운 민간 우주 개발 기업 블루오리진은 로켓 회수 및 재활용 테스트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3D 프린터로 우주공장을 짓고 재활용로켓으로 물자를 수송하는 일이 조만간 시험단계로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저스는 향후 아마존의 보관창고를 우주 공간에 만드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블루오리진의 경쟁사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도 우주와 관련해 ‘화성 도시’ 건설 아이디어를 밝힌 바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 머스크는 지난해 “스페이스X의 최종 목표는 화성을 개척해 인류의 제2 거주 행성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으로부터 머스크에게 화성 도시 아이디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베저스는 “화성 이주도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며 “화성이 쿨(cool)하기 때문(춥다는 의미와 좋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짐)”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하지만 우주 공장은 (화성이 아니라) 우주 공간에 만들어질 것”이라며 자신의 아이디가 머스크의 생각과 다르다는 걸 분명히 했다.

베저스는 “우리는 기술 황금 시대의 끝에 살고 있다”며 “미래 세대는 지금 세대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처럼 우주를 탐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60억 달러(약 78조원)의 재산을 보유해 세계 부호 4위에 올라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