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습기 실험 조작 의혹' 호서대 교수 주도 단서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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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 노출 농도 실험을 진행한 호서대 유모(61) 교수가 ‘데이터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비정상적인 결과값이 나온 실험을 유 교수가 총괄한 단서를 잡았다. 1일 유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인 수사팀은 유 교수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 교수 연구팀은 2011년 9월 옥시로부터 연구용역비 1억원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노출 농도 실험을 진행했다. 6시간 동안 서울ㆍ경기 지역 아파트 10여곳에서 옥시의 제품을 넣은 가습기를 틀고 살균제 원료(PHMG)의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유 교수는 제자인 호서대 문모 연구원과 함께 그해 가을과 겨울에 각각 10일, 15일씩 두차례 실험을 실시했다. 가을에 한 실험 결과는 질병관리본부의 노출 실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겨울 실험의 농도값(0.34㎍/㎡)은 질본의 결과보다 최대 145배 낮았다고 한다. 옥시 측은 이 결과를 근거로 질본의 노출 실험을 반박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수사팀은 가을 실험의 총괄책임은 문 연구원이 맡고, 겨울 실험은 유 교수가 담당했음을 당시 옥시와 유 교수가 주고받은 문서를 통해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겨울보다 가을에 더 많이 환기를 하지만 겨울의 살균제 원료 농도값이 낮게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겨울 실험을 진행하면서 창문을 수시로 열고 닫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험 장소가 옥시 직원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였던 것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유 교수 측은 “실험 장소의 실내 온도ㆍ습도 등이 계속 동일했기 때문에 자주 환기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호서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전달한 연구용역비 1억원 외에 유 교수의 개인계좌로 1년 간 2400만원을 송금한 금융내역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이 돈을 ‘맞춤형 실험’의 대가로 지급된 뇌물로 보고 유 교수에게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유 교수는 옥시가 진행 중인 10여건의 민ㆍ형사소송에서 유리한 진술서를 써주는 조건으로 옥시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유 교수가 용역비 1억원 중 수천만원을 빼돌린 혐의(횡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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