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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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0면

열대야가 계속되는 날씨가 짜증스럽다. 그래도 시상만은 어쩔수가 없는듯 무더위엔 무더위를 이기는 시상이 있을듯 하다. 다만 사물을 응시하되 그 사물의 표피와 흐름만이 아닌 사물의 내부와 뒷면까지 바라봐야한다. 뒷면까지를 바라볼때 의외성이 나타나게 되어 우리에게 새로운 감명과 감동을 주게된다. 여기엔 천착과 상상의 날개가 함께 병행되어야만 실효를 거둔다. 이같은 실효를 얻어내기위해선 고뇌와 아픔이 바탕에깊게 깔려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요 근래의 작품에선 그런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듯하다.
『거울』에선 자기내부를 응시하고 뭔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종장에선 누구나 한두번씩 접하게 되는 「스스로가 생각한 나와 실제로 나타난 나와의 괴리」를 말하고 있다. 이런표현이 전체를 살리고 있다. 가작이라 하겠다.
『새벽』에선 새벽의 이미지가 색다르다. 초·중장에서 건너뛰면서 엉뚱한 종장을 앉혔는데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면 여러갈래의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장미 무늬의 비눗곽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일관성을 깰수도 있다.
『폭포』에선 중·종장이 돋보인다. 목마른 정점에 빛은 모이고와 흩뿌리는 종언에 세워지는 물기둥이 그러하다.
더위를 식히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진일보한 경의 묘사라 하겠는데 이런 시각이 깊어질때보다 신선한 시안은 열리게 될것으로 본다. 정진하시기를-.
『아침산사』에선 새로운 시각을 준비하기 위해 꽤나 애쓰고있는 흔적이 역연하다. 제목이 주는 진부함을 내용이 상당히 극복하고 있다고 보았다. 부리끝에 맺힌 핏빛이나 맑게씻긴 고향하늘을 보아내는 그 눈빛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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